"한여름 속 오싹한 겨울스포츠를 즐겨보세요."
불볕더위가 한창인 19일 오후 7시 경북 의성군 중리리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컬링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50여m 길이의 하얀 빙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흡사 겨울이 된 듯 착각마저 든다. 실내온도는 5℃, 얼음은 영하 4℃이다. 손과 발이 시리다.
"이 브룸(빗자루)을 향해서 스톤을 굴려." "여기에 스톤을 둬야지."
두꺼운 겉옷에 장갑까지 낀 부부동호회 '남이하이' 회원들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컬링을 즐기고 있다. 의성에 사는 부부 교사 4명이 지난해 11월 팀을 결성했다.
스킵(지시하는 사람)을 맡은 이종철(42·의성여고) 씨가 쉼없이 투구자와 스위퍼(브룸으로 빙판을 닦는 사람)에게 게임의 상황에 따라 작전을 지시했다. 이 씨는 투구코스와 장소를 브룸으로 가리키며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미정(36·여·의성초교) 씨가 손잡이가 달린 둥근 돌(스톤)을 굴렸다. 스톤이 빙글빙글 돌며 빙판 위를 미끄러진다. 빙판 표면은 올록볼록하다. 마찰을 줄여 스톤을 잘 구르게 하기 위해서다.
남윤금(43·여·군위여중) 씨는 스톤을 하우스(둥근 원) 안에 넣기 위해 얼음을 빗자루(브러시)로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새없이 닦는다. 하우스 안에 스톤이 들어가자 환호성이 터지고 스톤이 원 밖을 벗어나면 아쉬운 탄성이 이어진다. 동호인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컬링은 '얼음판의 체스'로 불릴 정도로 팀워크와 고도의 계산, 심리전이 요구되는 경기다. 이들은 그래서 부부가 함께 즐기기 좋은 운동이 컬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에 4~6시간 컬링을 한다."는 이종철 씨는 "여름에 시원하게 운동도 하고 피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자랑했다.
운동이 되겠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운동효과도 뛰어나다. 하충훈(45·군위고) 씨는 "빙판 위에 가만히 있으면 춥지만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땀까지 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주로 컬링장을 찾는 시간은 오후 6시 이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컬링을 즐기는 동호인도 많다. 현재 직장 동호인은 12개 팀으로 60여 명에 이른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컬링은 인기다. 이혜민(11) 양은 "친구들과 1주일에 한 번 컬링을 한다."고 했고, 하연수(9) 양도 "엄마·아빠와 함께 컬링을 한다."고 말했다.
김태령(18·의성여고 2) 양은 "지난해 11월부터 방과 후 컬링을 하고 있다."면서 "친구들과 팀을 이뤄 컬링을 하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해소된다."고 말했다.
컬링은 특히 가족스포츠로 인기가 좋다. 컬링경기의 한 팀은 4명으로, 4인 가족이 한 팀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구입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경북컬링협회는 컬링 열기가 확산됨에 따라 23, 24일 이틀간 가족컬링대회를 연다. 직장인 컬링대회도 곧 개최할 계획이다.
오세정 경북컬링협회 부회장은 "대구를 비롯해 경주, 안동 등지에서 동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외국인들도 이곳에 찾아와 컬링을 즐긴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한 팀 4명…한 경기 10엔드 3시간 걸려
컬링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이며, 16세기에 성행했다. 한국에 도입된 건 1996년. 경북지역은 컬링의 메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컬링을 시작했으며, 전국 컬링협회 창립과 보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컬링경기의 한 팀은 4명이다. 스톤은 2팀에서 모두 16개를 사용한다. 스킵(지시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의 순으로 상대팀과 번갈아 1명이 1개씩 2회 스톤을 굴린다. 경기시간은 10엔드로 3시간 정도 걸린다. 2팀에서 스톤 16개를 던지면 1엔드이다. 하우스 중심에 가까운 팀의 스톤수가 득점이 된다. 미끄러져가는 스톤의 앞을 4명 중 2명이 브룸 또는 브러시로 닦는다. 얼음면이 마찰열로 녹으면서 스톤이 잘 미끄러지게 하기 위해서다.
▶컬링 하려면=의성 컬링센터는 화~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토·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월요일은 쉰다. 컬링을 하려면 전화(054-834-9555) 또는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용료는 1시간당 2만 5천 원. 초보자에게는 강사가 무료로 가르쳐준다. 30분~1시간 정도 배우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중앙고속국도 의성IC에서 내린 뒤 의성·안동방면 국도를 20분 정도 달리면 의성공설운동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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