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식물/마이클 폴란 지음/이경식 옮김/황소자리
인간은 식물을 끊임없이 길들여왔다고 생각한다. 정원에 사과나무를 심고 밭에 심은 감자를 거둬들이면서 승리의 미소를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떠한가. 감자와 사과가 능동적으로 인간을 이용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처럼 식물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사과, 감자, 튤립, 대마초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기나긴 공진화 역사를 추적한다.
앞서 나열한 네 가지 식물은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신 생존과 번성을 보장받고 그들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카자흐스탄의 야생에서 자라던 사과는 인간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이용하며 황금기를 누리게 됐다. 맛 뿐만 아니라 색깔까지 변화시키며 까다로워진 사람들의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감자는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상징 맥도날드 프렌차이즈와 함께 전세계에 유통된다. 맥도날드는 프렌치프라이에 맞는 러셋 버뱅크라는 단일 품종만을 재배하도록 강요했고 계속된 단일 재배로 자연 앞에 취약해진 감자는 독한 농약을 뒤집어쓰고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스스로 살충성분을 생성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뉴 리프'가 등장, 진화에 대한 식물의 발언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감자는 식물과 인간이 서로에 대한 지배욕을 과시한 결과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보여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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