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그린스펀은 '세탁소 경제'로 유명하다. 그는 경기가 좋은지 나쁜지를 동네 세탁소에 맡겨지는 세탁물의 많고 적음으로 판단했다. 경기가 나쁘면 미국 주부들은 내다 맡기는 세탁물부터 줄여 집에서 직접 빨래한다는 점에 착안, 경기 냉각 여부를 정확히 가려냈다. 탁상에 올라온 경제수치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로 경기를 판단한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신뢰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8년간 의장을 하고 떠난 지금도 그의 말 한마디에 미국 證市(증시)가 흔들릴 정도이니 '그린스펀 효과'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지금 한국의 경제사정을 보자. 웬만한 통찰력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증시는 펄펄 끓고 있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溫氣(온기)는 전혀 다르다. 대통령은 재임 중 증시가 몇 배로 뛰었으니 이보다 더한 治積(치적)이 어디 있느냐고 추켜세우지만 재래시장은 밑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지난 4년간 동네 구멍가게 1만1천개가 문을 닫았다고 하니 서민 경제는 뻔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IMF때 보다 못하다"고 한다. 이 엄청난 二重(이중)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엊그제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남미 국가들 포퓰리즘 경제정책으로 인해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고 물가 통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를 겨냥한 발언 같아 가슴 뜨끔하다. 최근 OECD는 예전에 없는 강도로 한국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복지지출 확대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이라며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부동산 관련) 몇몇 조치는 주택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경제가 좋다고 우기는 판국인데 권력 말기에 이런 쓴 소리가 정부에 먹혀들 리 없다.
해외 여행객이 북적이고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잡혀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세탁소 경제'를 한번 점검해 보라. 대구에 미분양 아파트 1만2천 가구가 줄지어 있지만 서민들은 집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서민이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일단 실패한 정책이 아닌가. 이제 우리도 서민의 대변자인 '경제 대통령'을 모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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