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가운에 안팎의 검증공세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을 보이며 차별화 전략과 함께 이 전 시장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앞으로 네거티브 공격이 더 나오겠지만 난 명명백백하게 다 밝힐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고 저를 밀어달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주춤하자 지지층을 안심시켜 '이탈표'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전 시장은 지지율 하락과 함께 검증 공세에 대한 시달림도 심해지고 있다. 우선 여권은 물론이고 같은 당 박근혜 캠프 측의 공격도 그 수위가 가늠이 어려울 정도로 집중포화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정부대로 청와대의 '사주' 의혹 속 이 전 시장의 환부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이 전 시장 측의 주장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팬클럽, 산악회 관련자 일부 소환조사에 이어 경찰이 22일 대운하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서울 서초동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과 관련 연구 용역을 수행한 세종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대운하 변조 및 유출의혹 관련이라고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이명박 죽이기가 곳곳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은 "시정연이 도대체 하지 못할 연구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22일부터 '대운하 띄우기'에 본격시동을 걸었다. 대표공약인 대운하가 범여권과 라이벌인 박 전 대표 측의 집중공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과 대구, 경북 등 낙동강의 대운하 수로 예정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대운하의 타당성을 직접 설파하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에 한몫 한 대운하 공약이 만신창이가 될 경우 자칫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배어 있다.
당 안팎의 소모적인 검증공세에 맞서 '정책경쟁',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올인하겠다는 이 전 시장이 22일부터 시작된 대운하 탐사 이후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은 정책 토론회 등으로 이 전 시장의 약점을 드러내며 지지율 거품이 걷히고 있다고 보고 현재의 20% 후반대 지지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급선무로 판단, 범여권과 이 전 시장 간에 벌어지는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위·변조공방 등에서 한 발 비켜나면서 더욱 적극적인 경선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검증공방으로 주춤했던 정책발표를 이어갈 방침이다. 교육, 보육, 주택, 세금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을 준비 중이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의 과거사 문제에도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일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22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강연회에서 "같은 당 후보 캠프에 '공작을 했다.', '정부와 짰다.'는 등 터무니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검증의 덫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증공세 자제를 부탁하던 이 전 시장 측이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있는 셈이 됐다.
특히 같은 날 당에서 열린 '공작정치 규탄대회'를 겨냥하면서 박 전 대표가 "상대방 캠프에서 우리가 공작정치 했다고 우기면서 그 규탄대회가 우리를 규탄하는 이상한 논리가 됐다."고 지적한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최경환 캠프 상황실장은"허위 사실(박 전 대표-여권 연대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탄대회에 참석한다면 박 전 대표 규탄대회에 우리 스스로 참여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이 전 시장을 돕는 사람들이 판을 어질러놓아 규탄대회에 흔쾌히 참석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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