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불려도 주고 빌려도 주네~ 기특한 내 펀드

급전이 필요한데 펀드를 깨기 싫다면 펀드 대출을 이용하자. 자신이 넣은 펀드 원금에다 수익금까지 합산, 이를 담보로 설정해 돈을 빌릴 수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펀드 창구.
급전이 필요한데 펀드를 깨기 싫다면 펀드 대출을 이용하자. 자신이 넣은 펀드 원금에다 수익금까지 합산, 이를 담보로 설정해 돈을 빌릴 수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펀드 창구.

3년 전부터 매월 70만 원씩 주식형 펀드에 꼬박꼬박 돈을 부어온 회사원 박모(45) 씨. 일찌감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장세를 예측했던 그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익률이 40% 안팎에 이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아버지가 두 달여 동안 병원에 장기입원한 뒤 퇴원, 병원비 부담이 생겼는데 돈 마련할 길이 마땅치 않았던 것. 펀드를 환매해 돈을 찾자니 가파른 상승세의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얘기해줬다. "펀드도 담보가 되니까 펀드를 가입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이 친구야!"

펀드에 가입, 열심히 돈을 넣고 있다가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다면, 환매할 필요없이 펀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 된다. 은행들이 펀드도 부동산처럼 담보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마구 달리는 때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환매를 하기엔 두자릿수 수익률이 너무나 아깝다.

대구은행은 주식형 펀드를 가입한 사람들에게 평가금액의 50%까지 대출을 해준다. 예를 들어 펀드 가입자가 1천만 원을 불입했고, 3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평가금액을 1천300만 원으로 잡아 이 중 50%까지 대출을 해준다는 의미.

대출기간이 1년 이내라면 통상적으로 고정금리가 가능하고, 1년이 넘으면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대구은행 거래실적에 따라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는 6.57%까지 금리를 낮춰주고, 신용도가 떨어지면 8.22%까지 이자를 받는다.

주식형과 달리 채권형은 평가금액의 80%까지, 혼합형은 평가금액의 70%까지 대출이 된다. 대구은행에는 500여 명이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해갔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비슷한데 국민은행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평가잔액의 50%까지 대출해준다. 금리는 3개월, 6개월, 12개월 변동 주기 가운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채권형펀드는 평가잔액의 80%까지 대출해 준다.

신한은행은 주식형펀드에 대해 주식편입 비율이 30%이하면 출금가능액의 70%까지, 주식편입비율이 30%초과, 60%이하면 60%까지 대출해 준다.

또 주식편입비율이 60% 이상이면 출금가능액의 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금리는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주식형 펀드에 대해 주식편입 비율이 30% 이하는 평가금액의 70%까지, 주식편입 비율이 30∼60%는 50%까지 대출해준다. 주식편입 비율이 60% 이상인 펀드에 대해서는 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채권형펀드는 평가금액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주식형 상품이라면 평가액의 50%, 채권형은 평가액의 80%까지 대출하며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2%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최상수 대구은행 개인여신부 차장은 "펀드도 담보이기 때문에 펀드를 활용한 대출은 금리가 높지 않다."며 "앞으로의 예상 펀드수익률과 자신에게 적용되는 금리를 비교해 펀드를 이용한 대출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다수 은행이 다른 은행 또는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에 대해서는 담보를 잡아주지 않고 있다. 대구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했다면 대구은행에서 펀드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를 들고와 대구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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