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산악회는 가입하는 동시에 봉사단원이 됩니다.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별로 한 것도 없지만 뜻을 모아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악회에도 이러한 뜻이 전해져 봉사에 나서게 된다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대구의 많은 이웃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봉사하는 산악회. '동봉산악회'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산악회를 만들었고 다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자며 뭉쳤다. 이름하여 '동봉산악회 봉사대'. 산악회원 모두가 봉사단원인 이 모임은 지난 2월부터 조손가정 2곳을 돕기 시작했다.
봉사하는 산악회가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산에는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삶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붐볐고, 돕고자 마음만 먹으면 조달할 수 있는 물품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을 알게 됐다. 한국복지재단 대구지부에 의뢰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며 의사를 전한 것을 시작으로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조손가정에 가스레인지, 컴퓨터, 보일러를 지원하게 됐다. 또 안 입거나 버리기에 아까운 옷가지들을 모아 주고 매달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봉사단장 조황태(49·대구 달서구 장기동) 씨는 "산에 오르며 만난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 '산만 오르내리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일 뿐 무의미하지 않으냐? 좋은 산을 오르며 옳은 일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봉사대가 만들어졌다."며 "성금 모금은 회원들로부터 조금씩 받은 찻값, 사진 대금을 아끼고 모아 만들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닌데 막상 도움받는 분들이 고마워하니 성취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곳은 남구의 한 복지재단을 통해 소개받은 다른 조손가정도 곧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명석(12)이와 대장암을 앓고 있는 할머니(70)에게 첫 선물로 세탁기를 지원할 계획. 물론 쌀과 라면도 함께 배달된다.
동봉산악회의 꿈은 크지 않다. 다만 대구에서 1천 개가 넘는 산악회가 불우이웃 한 가구씩만 돕는다면 1천 가구가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지역 산악회에 '봉사 운동' 바람이 일었으면 하는 것이다. 실제 동봉산악회를 거쳐 간 일부 회원들이 다른 산악회에 봉사 운동을 소개하면서 몇몇 산악회에서 벤치마킹하는 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규하 동봉산악회장은 "대구가 자연의 축복을 받아서인지 전국에서 산악회가 가장 많은데 이런 축복을 다른 이들과도 나눠야 하지 않겠느냐."며 "산이 좋아서 수십 년간 산을 찾았는데 이제는 봉사가 좋아 수십 년간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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