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주도는 참 신기했어. 엄마 청둥오리 꽁무니를 새끼 오리가 줄 지어서 막 따라다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데려다 키우고 싶었어. 너무 예뻤어요. 바닷가라서 시원했는데, 사람들 말투가 왜 그리 달라?" 정신지체 장애인인 윤지영(23·여) 씨는 최근 '제주도 방문'이라는 소원을 풀고는 연방 싱글벙글이다. 윤 씨의 어머니(50)가 "우리 딸이 식구 중 누구도 못 가 본 제주도도 가보고 출세했네?"라고 놀리자 "엄마, 다음에 또 가보고 싶다."며 웃으며 대꾸했다.
지역 청년모임과 산악회 등 각종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주변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자발적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 이들은 자신들뿐 아니라 다른 모임으로도 이러한 봉사의 물결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묵묵히 '작지만 큰 사랑'을 전하고 있다.(전문)
해마다 장애인의 손과 발이 돼주며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청년 모임이 있어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대구칠곡청년회가 8년째 지역의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 탐라 체험 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 봉사회원 10여 명은 11일 장애인 20명과 함께 소인테마공원, 성산포, 천지연폭포 등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지를 2박3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물론 장애인들의 모든 여행경비는 공짜다. 회원들의 회비와 준회원들의 경비 지원, 대구 북구청의 도움으로 장애인들에게 '꿈'을 선물하고 있는 것. 장애인들에게 제주도는 '작지만 먼 나라'이기 때문이다. 작은 문턱조차 넘기 힘든 이들에게 비행기, 버스 등 교통편은 큰 장벽이지만 '둘이 하나 돼'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한 아이(13)의 아버지는 "장애 정도가 심해 스스로 표현을 하지는 못하지만 제주도를 다녀와서 밝아진 모습이 확연하다."며 "돈 한 푼 내지 못했는데 이런 큰 선물을 받게 돼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봉사회는 이번 여행을 통해 관광뿐 아니라 현지 장애인재활센터도 방문, 장애인들에게 재활의 의지도 함께 북돋웠다. 한 봉사회원은 "장애인재활센터에서는 장애인 고용창출을 위해 흑돼지로 소시지를 만드는 곳에 100% 장애인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었다."며 "장애인들이 열심히 정당하게 일하고 돈을 받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봉사회의 활동은 이뿐 아니다. 북구 칠곡지역의 불우이웃을 위해 무료급식과 도시락 지원을 계속하고 있고, 홀몸노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랑의 연탄 나눠주기, 어린이 사생대회와 주민 노래자랑이 펼쳐지는 '옻골축제'도 이들의 봉사 사업 중 하나다. 이준경(42) 대구칠곡청년봉사회 30대 회장은 "제주도 냄새만 맡을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던 한 시각장애인 할머니께서 2년 전 제주도를 방문하신 뒤 지난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풀었다.'고 말하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돼 줄 수 있어 기쁘고 봉사회가 유지되는 한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체험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칠곡청년회는 지난 1978년 김종호(72) 씨가 회원 11명과 함께 청년들이 힘을 모아 지역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순수 자생단체로 현재 자영업자, 회사원, 구의원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회원 98명이 가입해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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