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이 왜 이런 데서 시간을 보내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전 이곳에서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걸요."
대구고 3학년인 박진수(18·달서구 송현동) 군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대부분의 시간을 대구시청소년수련원에서 보낸다. 주말이면 아예 수련원에서 살다시피한다. 장래 희망이 방송국 촬영 감독인 박 군은 수련원에서 인터넷 방송국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남들이 뭐라든 꿈을 향해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수련시설에서 꿈을 키워요
박 군이 학교 선배의 소개를 통해 처음 수련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2월. 1학년 때부터 교내 방송국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영상 분야 전문가를 꿈꾸던 박 군에게 수련원 방송국 동아리는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영상 장비를 갖춘 오디오실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 강사들로부터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고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해보는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 그는 "얼마 전부터 화면에 자막이나 배경음악, 효과음을 삽입하는'애프터 이펙트'를 익히고 있다."며 "촬영 지식이 늘어갈수록 이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고 했다.
박 군은 24일 오후 수련원에서 열린 1박2일 영상캠프(23, 24일)를 막 마치고 오디오실에서 회원들과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특강을 해주신 프리랜서 MC강사님이 '꿈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현장에 맞닥뜨려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박 군의 현장 경험은 만만찮다. 지난해 9월에는 경산시가 청소년 수련원 측에 진행을 의뢰한 청소년 캠프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3주 동안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만든 앞산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혼자 완성한 작품도 6, 7편이나 된다. 수련원에서 '멍석'을 깔아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북구청소년회관 댄스동아리 회장인 남형석(17·성광고2년) 군은 춤과 음악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 아예 음악으로 진로를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수련관 청소년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면서 각 학교 청소년 동아리들의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맡은 남 군에게 수련관은 특별한 곳이다. "시내 공원에서 댄스 연습을 하다보면 아직도 시선이 곱지 않아요. 하지만 수련관 연습실에서는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하고 싶을 때까지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어 좋습니다."
청소년 수련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에 대해서는 속상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건전하게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의 종합 문화 공간
청소년 수련관, 수련원이 대구에 처음 설립된 것은 1996년. 수성구 청소년 수련관을 시작으로 대구시 청소년 수련원, 달서구와 서구 청소년 수련관, 북구 청소년 회관이 문을 열었다. 수련원은 자체에 캠프용 숙박시설을 갖췄다는 면에서 수련관과 차이를 보이지만, 청소년 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설립, 민간단체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이들 시설들은 마땅한 활동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체험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련관, 수련원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수십 개의 문화강좌를 열고 있으며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방학 때는 각종 캠프를 마련, 소중한 체험의 기회를 주고 있다.
수성구 청소년 수련관 경우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문화강좌 이용자만 평균 2천500여 명, 프로그램 종류도 130여 개나 된다. 김제원 수성구 청소년 수련관 사무국장은 "전문 강사와 자격증을 갖춘 청소년 지도사들이 강좌를 맡고 있어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수련관에서는 2005년부터 저소득 가정 학생들을 위한 1년 과정의 '방과후 아카데미'를 열어 교육 복지에도 한몫하고 있다. 수련관마다 40명 안팎의 초등 5, 6학년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루 3, 4시간씩 교과 보충이나 심화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 수성구 청소년 수련관에서 만난 한 5학년 여학생은 "할머니, 중학생 오빠와 셋이서 살고 있는데 아카데미에 가입하기 전에는 돈을 내고 동네 공부방에 다녀야 했다."며 "이곳에서는 따로 담임 선생님이 배정돼 친절하게 수업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방학 때마다 여는 캠프나 특강은 공지가 뜨기 무섭게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설 업체나 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에 비해 종류도 훨씬 다양할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지 않기 때문.
북구청소년회관 경우 여름 방학을 맞아 다음달부터 봉화 청량산 자연탐험 캠프, 충북 보은 장영실 과학 캠프, 경주 리더십 캠프, 칠보산 청소년 동아리 캠프 등 10여 가지의 체험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강창원 북구청소년회관 청소년 팀장은 "더 많은 학생들이 수련관을 찾아 학교에서 누리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이곳을 통해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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