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나자 삶의 터전속으로)삼산이수의 고장 김천-청암사 불령동천

추풍령 아래 첫 고을인 김천은 소백산맥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감천(甘川)과 직지천이 만들어 놓은 차진 땅이 많은 고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5대장인 김천장이 서기도 해서 수많은 상인들이 오가던 곳이기도 했다.

예로부터 김천은 산 좋고 물 좋은 삼산이수의 고장이다. 또한 삼한시대부터 불교의 기운이 감돌아 영남에서 가장 오랜 불교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김천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청암사 불령동천은 김천의 자연과 불교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곳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청암사(靑巖寺)는 김천시내에서 남쪽으로 32㎞ 정도 떨어진 증산면 평촌리 불령산 기슭에 위치한다. 불령산의 푸르른 정기로 둘러싸인 청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로 신라 헌안왕 3년(859) 도선국사가 건립한 고찰이다.

청암사는 학풍 또한 드높았던 곳으로 박한영 스님, 고붕 스님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학승들이 강론처로 삼았으며 전성기에는 300명 이상의 학인이 있었다.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영남에서 으뜸가는 불교강원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승가대학이 들어서 있다.

청암사 오르는 길은 미지의 선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찾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주차장에서 경내 일주문까지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원시림과 맑은 계류는 마치 선경에 온 기분이다. 주위로는 뻗어오른 거목들과 하늘을 뒤덮은 여린 샛가지들, 계곡을 따라 씻겨내리는 바위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드문 청암사만의 비경이다. 이 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함을 간직한 계곡이 불령동천이다.

일찍부터 청암사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였던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사찰의 출입은 허용되지만 아직도 방문객은 경내를 제한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스님이 동행하며, 일체의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름드리 숲에 둘러싸인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청암사에 들어서는 순간, 조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는 불령동천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함과 청빈한 삶을 강조하는 강주(학장) 스님의 뜻이 합쳐진 결과인 것 같았다. 청암사라는 이름은 물이 맑아서 바위가 푸르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종무소에서 만난 지성 스님이 설명해 주었다.

대웅전과 다층석탑, 육화료 등을 둘러보고 경내를 가로지르는 불령동천을 건너면 극락전이 있다. 숙종 15년(1689) 인현왕후가 장희빈 때문에 폐위되어 이곳 청암사 극락전에 은거하였다고 한다. 극락전은 입구의 텃밭과 돌담, 그리고 솟을대문 등의 건축 구조가 사찰이라기보다는 마치 양반집 사랑채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극락전 서쪽에는 인현황후의 복위를 빌기 위해 세워졌던 보광전이 있다.

2007년 4월 비구니 수행도량인 청암사에서 율원이 개원되었다. 수원 봉녕사 율원에 이어 두 번째로 개원한 비구니 율원인 청암사 율원은 스님들의 수행정진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의 승풍진작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암사와 그 주변에 대한 Q & A

1. 김천(金泉)과 감천(甘川)의 지명 유래는?

감천(甘川)의 '감(검)'이란 원래 모든 만물을 있게 한 존재자로서 신(神)을 의미한다. 신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 변하면서 '감'이라는 말의 신이란 뜻은 없어지고 '중심'이라는 뜻으로만 쓰이게 된 것이다. 감천(甘川)이란 김천 고을의 중앙천이란 뜻이다. 실제로 우두령과 대덕면 내감리에서 발원하는 냇물이 모여들어 감문면 태촌리(배시내)를 지나 선산의 낙동강에 이르기까지 76㎞에 달하는 흐름을 통하여 김천의 온갖 삶터를 이루어낸 것이다. 결국 김천이 감천이요, 감천이 낳은 삶의 터전이 김천이라고 할 수 있다.

2. 청암사 승가대학은?

청암사 승가대학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교훈 아래 운영되고 있다. 청암사는 조선 인조 때 대강백이며 선사인 회암 정혜 스님 이후로 고봉 스님, 우룡 스님, 고산 스님 등이 강석을 펼쳤던 유서 깊은 경학 도량이다. 현재의 청암사 승가대학은 현 주지이자 강주인 지형 스님이 1987년에 설립하였다. 계·정·혜 삼학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면면히 이어온 전통 강원으로서 철저한 내전 중심의 경학 연마를 통하여 신심과 원력을 지닌 참수행인의 양성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교과 과정은 기본교과 이외에 유식, 중론, 능가경, 정토삼부경, 불교사, 종교학개론 등을 개설하고 있으며, 매일 간경, 좌선을 실시함으로써 선교겸수를 추구하고 있다. 연 4회 계간지로 "청암지"를 발행하고 있으며 바자회, 고봉 스님 다례제,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등 100여 명의 학인 스님들의 활동 역시 다양하다.

▶김천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1. 김산 향교

김천에는 김산 향교, 개령 향교, 지례 향교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세 개의 향교가 있다. 이 가운데 김산 향교는 1914년 이전의 김산군 일원이었던 봉산면, 대항면, 조마면, 감천면, 어모면, 감문면을 관할하였다. 김산 향교의 창건 연대는 고증할 길이 없으나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강설 부자가 재건하고,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것을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5년부터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계 충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 교동 연화지

금산동(교동)에 위치한 교동 연화지는 조선 초기에 농업용수 관개지로 조성된 저수지였다. 당시 물이 맑고 경관이 좋아 풍류객들이 삼산이수를 형상화한 섬을 만들고 정자인 봉황대를 지어, 시인 묵객들이 모여 시를 읊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노닐던 곳이다. 한동안 농업용 관개시설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었다가, 1993년 시민휴식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못 주위의 벚꽃이 만개한 봄철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3. 빗내농악과 전수관

개령면 광천 2리(빗내마을)에서 전승되는 빗내농악은 전국에서 유일한 군사굿으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8호이다. 이는 옛 삼한시대 감문국의 나랏제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빗신제가 혼합하여 동제 형태로 전승되어 왔다. 단순한 농사굿의 풍물놀이가 아니라 빗신과 전쟁에 유래하는 경상도 특유의 진굿이다. 빗내농악의 정통성과 맥을 잇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마을 입구에 전수관을 개관하여 체계적인 전수교육과 농악경연대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위상복(영남삶터탐구연구회, 대구제일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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