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입시)반수(半修) 결정은 신중하게

객관적 실력 점검후 신중히 결정하라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이 다시 수능시험에 도전하지만 성공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엄격하게 검증한 뒤 치밀한 계획과 특별한 각오를 갖고 덤벼들지 않으면 결국에는 더 큰 좌절과 시간 낭비로 귀결되기 쉽다.

올초 2008 새 입시제도가 도입되면서 재수생 숫자가 지난해보다 전국적으로 30% 정도 줄었다. 2월 이후 대학들이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크게 높이지 않겠다고 속속 발표하면서 1학기가 끝난 뒤 재수를 시작하는 반수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학원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반수를 하기 위해 학원을 찾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문의도 지난해보다 그리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험생 자연 감소에다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강경한 요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반수생 대부분이 서울대, 연·고대와 같은 최상위권 대학과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및 지방 국립대 재학생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또 반수 희망자 중에는 이공·자연계열의 학생이 가장 많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 최상위권 반수 문의는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의예과 정원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재수생 증감 실태와 전망

재수생 수는 2002학년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8학년도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새 대입제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하향 안전 지원을 한 대학생 상당수가 반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반수를 하려는 수험생 상당수는 여전히 의약계열과 사대, 교대와 같은 취업 유망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입시전문가들은 재수생의 수적 점유비율은 낮지만 고득점자의 점유율은 높기 때문에 인문계 최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 의·약·한의예 계열 등은 올해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반수, 신중하게 결정해야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를 하지만 실제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재수를 한 수험생보다 훨씬 낮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상당 기간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이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를 요구하던 과거 학력고사와는 달리 추리력, 상상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 등을 더 요구한다 하더라도 문제 풀이를 위한 바탕 지식과 정보는 반드시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반수생은 그 기본을 회복하고 재생시키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반수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고 회복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반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수능 공부는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과목도 공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고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대학을 휴학한 학생은 어렵고 힘들 때 악착같이 공부하기보다는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이유로 나태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반수생들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반수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마음 자세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특정 영역이 특별히 약해서 지난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사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문계열에서 언어영역, 자연계열에서 수리영역이 약했던 학생이라면 남은 몇 달 동안 공부해서 지난해보다 더 좋은 등급을 받기란 어려우므로 이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 교과서와 기본 개념을 이해하라

반수를 결정했다면 7, 8월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각 영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학원들이 7월 말에 1학기 진도가 끝나고 8월부터는 실전문제 풀이로 들어간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 반수를 시작하는 학생은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챙겨보아야 한다. 교과서가 없는 학생은 다시 구입해야 한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절로 암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시작했다면 공백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사고의 깊이와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한 점이 많아 어떤 측면에서는 수능 문제 풀이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기출문제를 풀어라

수능에 대한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근 5년간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기출문제 풀이는 전체적인 감각의 회복과 영역별 중요 단원과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다음 올해 들어와 치른 각 입시 기관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하여 직접 풀어보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 단원을 확인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는 반수 희망자들의 경우 기본 개념과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 EBS 교육 방송이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많은 시간을 취약 과목에 집중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과목은 방송 교재와 수업으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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