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감동을 동반한다. 가슴 깊은 곳을 찌릿하게 울리는 감동이 아니라 잔잔하게 밀려오는 그런 감동 말이다. 우리 주변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 가족간의 사랑과 화해를 다룬 얘기라면 더욱 그렇다. 휴먼 다큐멘터리가 주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로 나온 책 '그림이 있는 정원(고정욱 글/진선아이 펴냄)'은 충남 홍성에 있는 3만여 평 규모의 실제 수목원 이름이기도 하다. 아들의 그림이 걸린 갤러리와 아버지가 가꾼 수목원…, 말 그대로 그림이 있는 정원이다.
아들은 20년 전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쪽 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척수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를 다시 세상 속에 설 수 있게 한 것은 언제나 그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힘이 되어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그림이 있는 정원의 가족 이야기는 한 방송국의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방영된 이야기를 동화로 꾸민 것이다.
철부지 소녀 나래는 유럽 여행을 떠나는 부모님 대신 수목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큰아버지댁에 며칠간 맡겨지게 된다. 큰아버지는 항상 자리에 누운 채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다.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큰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수목원의 급한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수목원을 누비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자신을 늘 아이 대하듯 하는 아버지가 못마땅하고, 할아버지는 수목원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들이 야속하다. 어느 날 가지치기를 하다 떨어져 병상에 누운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슴속에 담아둔 말을 털어놓는다.
"그래 네 몸이 그리 된 뒤로 생각했지. 저 아이가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까. 마침 노년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땅이 있어서 수목원을 만든 거야. 이것만 잘 되면 네가 죽는 날까지 여기 수입으로 지낼 수 있잖느냐. 그런데 사람의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니? 내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나무가 어디 그렇게 빨리 자라더냐…."
저자 역시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고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1급 장애인이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낚시를 퍽이나 좋아했던 자신을 위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그를 업고 파주의 한 저수지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갔던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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