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해평습지 딜레마

구미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두루미 등 희귀철새들의 보금자리인 해평습지를 둘러싸고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철새도래지 일대 760㏊를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추진해 왔다. 동북아시아 두루미 네트워크에 가입한 데 이어 람사(물새서식 습지보존 국제협약)등록까지 추진 중이다. 실제로 공단 도시인 구미시는 낙동강 중류 수변공간인 해평습지 주변에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등 겨울의 진객들이 몰려와 청정한 도시의 위상을 높여왔다.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의 전국 내륙습지 조사 결과에서도 상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새들 보호하기 위해 농민 다 죽인다."는 주장이다. "람사협약 등록이니, 야생동물보호구역이니 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 두자."고 항변한다.

주민들에겐 시가 철새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해평습지 주변을 조수보호구역(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 영농에 피해를 초래하고도 아무런 보상이 없었는데 다시 람사등록을 추진하면 낙동강변의 영농터전을 새들에게 빼앗긴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1985년에 재두루미가 떼죽음을 당한 후 시에서 부랴부랴 조수보호구역으로만 정했을 뿐 지금까지 후속조치가 없다가 2005년에야 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보상대책 등 시행령을 정했다. 보상도 쥐꼬리만하게 책정돼 주민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구미시가 진정으로 낙동강 철새도래지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고 싶다면 주민을 위한 확실한 지원체계부터 구축해야 한다. 현재 시에는 환경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행정도 이원화 체제다. 습지관리는 환경보호과, 철새관리는 산림과가 맡고 있다. 행정을 일원화하고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철새보호 정책도 병행하는 것이 순서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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