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죽음의 트라이앵글

대학입시 수능-내신-논술은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통한다. 고교 수험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트라이앵글이라는 것이다. 그 압박감이 오죽했으면 그처럼 끔찍한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이 끔찍한 말이 아무 거부감 없이 통용되고 있고 현실이 더 끔찍하다.

초등학생이 돈 싸들고 다니며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나라이니 다 큰 고등학생은 죽기살기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그래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쯤은 간단히 넘어서야 하는 성장통 또는 약간의 장애물 정도로 보는 인식이 일반화된지도 모른다.

꼭 트라이앵글이 필요한가.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뽑겠다면 수능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최고로 공부 잘한 사람들이 머리 싸매고 내놓은 문제 이상의 문제가 달리 있을 수 없다. 수능으로 학력 완성에 부족하다면 출제위원이나 학교 교사가 더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학생들을 과외로 내몰 일이 아니다.

논술은 중요하다. 이 시대 지도자들의 궤변 구사 능력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초등학교서부터 배워왔다. 글짓기-글쓰기가 그것이다. 국어 과목에 들어있다. 굳이 떼 내어서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만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 이공계 경시 풍조로 국가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해서 과학기술 특별고사를 넣어 사각축을 만들 것인가.

얼핏보면 고상하고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황당한 것이 내신이다. 교사들의 권위도 살려주고 학력 낮은 학교의 위상도 유지해주자는 것이다. 노력 안 하는 학교와 교사에게 등급 칼자루를 준들 학생만 괴롭고 교육의 파행만 부추길 뿐이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 트라이앵글이 수시로 요동을 치는 데 있다. 안정돼 있더라도 버거운 판에 세 부분이 제각각 따로 놀면서 난리를 치는 것이다.

지금은 트라이앵글의 한쪽 축인 내신이 난리다. 수험생과 입시날짜를 볼모로 잡고 교육부와 대학이 벌이는 그들만의 힘겨루기다. 아마도 수험생'학부모를 반쯤 얼빠지게 한 다음 대충 덮어둘 것이다. 그 다음은 수능'논술에서 변별력'운용 개선 등의 난리가 기다리고 있다. 트라이앵글에 갇혀 학생들은 갈수록 기진맥진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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