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일찌감치 나타나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모기의 수명과 번식기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야생동물의 수가 줄어들어 동물 대신에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기는 곤충 중에서 지구상에 가장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극(極)지방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더욱 빈번해진 비행기와 선박의 왕래로 인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모기가 증가함에 따라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는 세계보건기구의 노력에도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현재에도 전 세계에서 매년 1억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 중에서 세계적으로 주종을 이루는 것은 아프리카에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열대열 말라리아'에 걸린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며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 반면에 아프리카의 성인들은 어릴 때 말라리아에 걸렸다가 살아남은 사람들로, 말라리아에 반복 감염되면 저항력을 계속 얻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오래 전부터 삼일열 말라리아가 있었는데, 남한에서는 박멸사업의 결과로 1984년도 이후에는 토착 말라리아의 발생보고가 없었다. 그러나 1993년 휴전선 지역에서 다시 발병하기 시작해 2000년에는 4천14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군에서 1997년부터 병사들에게 클로로퀸 예방요법과 프리마퀸 치료를 시작해 2001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5년부터 다시 환자수가 증가해 감염지역이 남쪽으로 확대되고 민간인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는 말라리아가 심각한 수준으로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북한에서 삼림이 남벌되어 야생동물이 줄어들자, 모기들이 먹이를 찾아서 남하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농약의 남용으로 모기의 천적이 줄어들고, 축산농가가 증가해 모기가 인간에게 자주 접근하게 되고, 지구온난화로 모기의 개체수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외국에서 삼일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돌아온 사람들이 보균자 역할을 하여 말라리아를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
한편, 말라리아 치료는 약제내성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기존의 모든 약제에 내성을 보이기 때문에 '알테수네이트'라는 아주 비싼 약을 투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삼일열 말라리아는 아직 약제내성이 발견되지 않아서, 클로로퀸과 메플로퀸으로 치료하고 있으나, 외국에서 감염됐다면 이 두 가지 약제가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열대열 말라리아에 걸렸다면 '알테수네이트'를 외국에서 급히 구해 와야 하고, 클로로퀸 내성 삼일열 말라리아라면 '아모디아퀸'을 구해 와야 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고 모기도 극성을 부릴 것이다. 모기와 말라리아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의 재앙 중에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기온의 상승으로 야생동물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간을 먹이로 삼는 모기는 당연히 번창할 것이며, 인간과 모기에 기생하는 말라리아도 증가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인간은 모기와 말라리아를 이롭게 하는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
한병인(오희종신경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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