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 자기부상열차 유치 최선 다했나?

대구시의 자기부상열차 사업 유치 업무를 맡은 대구시 실무자로부터 27일 '용서를 빌며….'란 제목이 달린 E-메일을 받았다. 대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탠 매일신문과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원을 보낸 기자에게 그는 "실망감을 준 데 대한 책임을 시인하며 사죄한다."고 했다. 그는 2등에 머문 패자의 회한을 얘기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각오도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 일에 애정과 정성을 다했는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했더라도 패자에겐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큰 점수 차가 나지 않았고 대구시의 추진 의지가 약했다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대구는 과연 최선을 다했을까?'란 의문을 갖게 된다.

대구시의 이번 사업 유치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꿩 사냥에 나선 사냥개 생각이 났다. 꿩을 잡으려면 사냥개가 숲에 숨어 있는 꿩을 공중으로 날려야만 총으로 쏴 잡을 수 있다. 이번 자기부상열차 유치 때도 많은 사냥개가 동원됐다. 시와 의회, 구청, 교육청, 정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경제계 등을 대표한 38명으로 유치위원회가 구성됐고 특히 관련 학계의 상당수 교수들은 자문위원 등으로 참가했다. 6만여 명의 시민들은 유치를 결의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시내 곳곳에는 유치를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그런데 노선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에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꿩을 날리는데 집중해야 할 사냥개들이 다른 생각을 품게 된 것이다. 균열은 학계에서 먼저 나타났다. 자신이 주장한 노선과 다른 안이 채택됐다는 이유로, 특정 대학의 입김이 실렸다는 이유 등으로 일부 교수들이 반발하면서 노선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모 대학 교수는 노골적으로 건설교통부에 투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세미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던 지역 정치인들은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자 온통 그쪽으로 신경을 돌렸다.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경제계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일부 주민들까지 용지 보상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대구시는 추진 의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건교부가 대상지를 발표하기 수일 전부터 김 시장은 자기부상열차의 단점을 들먹이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대구가 불리하다는 보고를 받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 시장의 모습은 광역시의 CEO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욕적으로 꿩 사냥에 나섰던 사냥개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대구는 꿩을 잡지 못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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