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대선위기론 고조

'빅2' 검증공방 감정싸움 변질…'부자 비호당' 잇단 비난 여론

한나라당에서 당 안팎으로 대선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검증 공방이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분당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완화시키려는 당 소속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한나라당을 '부자 비호당'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들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최근 '당 위기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공방전을 과거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보)와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보) 간의 갈등에 비유하면서 분당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했다. 지난 1987년 대선 때 양 계파 간에 야당의 대선후보 선출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당 사태를 초래, 양김이 제각각 출마하는 상황을 연출해 결국 두 사람 모두 낙선했었다.

27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이 전 시장 측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 측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인 이규택 의원이 검증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다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캠프로 가라."는 등의 발언이 오갔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27일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덜 꺼내려 했지만 도가 지나치면 안 좋다. 한계에 도달하면 준엄한 결정을 하겠다."고 한데 이어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필요하면 읍참마속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당도 이제'행동 대 행동'으로 행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반 여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요즘 당사로 전화를 걸어오는 일반 국민 중 대부분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검증 공방전을 우려하며, 양측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각종 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표출되고 있으며, 당 지도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가 주요 당직자들에게 전달됐다는 것.

게다가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외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당 소속 의원들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후퇴시키려는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을 '부자 비호당'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건의가 당 지도부에 전달됐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대상 완화, 사학법의 재개정, 금·산 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 완화와 관련된 법 개정안들이 꼽히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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