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먹고 있어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최근 더 늘었어요."
한 염색업체 대표는 담배를 물고 한숨부터 쉬었다. 60명의 종업원이 있는 이 업체는 다음 달부터 '주 40시간제(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상황. 업체 대표는 "매년 10% 이상 임금이 오르는데다 최근 원·부자재값도 50% 폭등해 지금 사업을 포기해야 하나,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 요인만 가중되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 주 40시간제가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실시됨에 따라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적용되는 사업장들은 대부분 영세해 커다란 태풍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는 정부에서 '주 40시간'이란 시간에만 초점을 맞출 뿐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염색의 경우 작업이 한 번 진행되면 현장 직원이 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게 보통인데 단순히 시간만으로 계산하면 무리라는 것. 결국은 한 직원에게 임금을 추가로 주더라도 일을 더 많이 시키게 되고 이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식으로 가면 적잖은 업체들이 하청이나 용역을 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영세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더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성서공단 내 한 자동차부품 업체도 걱정이 크다. 물량을 납기일에 맞춰 생산하려면 토요일 근무가 비일비재한 만큼 결국 임금을 올려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이 업체 대표는 "최근 자동차부품은 재고를 두지 않고 당일에 물량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날짜를 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65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영세 업체라 직원을 새로 채용하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임금 부담은 과거보다 15% 정도 상승할 것이고 이는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하소연이다.
전자카드를 만드는 성서공단 내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 40시간제'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10% 정도의 생산비 상승이 예상되는데다 라인 구성원을 짜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금요일에 주말 라인에 투입될 인원을 짜는데 최근 젊은 직원들은 주말에 일을 잘 하려 하지 않고, 근무조에 포함돼도 안 나오는 경우가 적잖다."면서 토요 휴무가 시작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구경영자협회 관계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에게 '주 40시간제' 도입은 또 다른 임금 상승과 직결돼 경영에 큰 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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