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김소영(가명'49) 씨는 이번 학기 초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강의준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얼굴이 마치 용광로 앞에 있는 것처럼 자주 달아오르고 밤에는 식은땀이 흘러 속옷을 적시는 일이 다반사였고 가슴도 두근거려 병원을 찾았더니 '갱년기 징후'라는 진단을 받았다.
갱년기는 난소기능이 정지함에 따라 배란과 여성 호르몬의 생산이 중단되는 완전폐경(평균 50세 전후)이 되기 전 3~5년간 경험하는 육체적, 정신적 과도기를 말한다.
◆ 갱년기 증세
의학적으로 갱년기 징후는 약 250여 가지나 된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의 중단과 더불어 나타나는 안면홍조로서, 1~5년간 지속되며 하루에도 수차례 3~5분간 얼굴이 달았다 식는 과정을 겪는 것으로 갱년기 여성의 약 75%가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안면홍조는 초기 갱년기를 치료하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특히 생체리듬이 뒤죽박죽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시력이 점차 흐려지거나 안구가 건조해 눈에 핏발이 자주 선다.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괜히 우울한 시간이 잦고 자녀들이 집을 떠나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더욱 외로운 마음이 든다.
거울을 봐도 눈가에 잔주름이 늘었고 흰 머리카락도 어느 새 감당하기 힘들만큼 생긴다.
몸은 또 왜 그리 아픈 곳이 많은지. 멀쩡하던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쑤시며 손마디도 시리다.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져 남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게 되고 방광, 요도, 질 점막이 마르고 염증발생도 쉽게 나타난다.
◆ 원인과 주의점
그럼 여성은 왜 이 같은 갱년기 징후를 겪어야 하는 걸까.
가장 주된 원인은 여성 호르몬의 중단에 있다. 여성 호르몬 중단은 난소와 자궁의 위축이나 퇴화를 불러옴은 물론 혈관과 유방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며 피부도 거칠어지게 한다.
특히 징후가 나타난 지 5~10년이 지나면 폐경기 후기에 들어가는데 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뼈 골절이다.
뼈는 우리 몸에서 가장 신진대사가 왕성한 곳으로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은 뼈세포의 흡수와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이런 대사과정이 멈춰 뼈가 푸석푸석하게 되어 살짝만 넘어져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생긴다. 뼈 가운데 특히 척추는 가장 골다공증에 민감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폐경이후 키가 작아져 심지어 10cm가량 줄어들기도 한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심장질환에도 유의해야 한다. 갱년기가 오래가면 심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서서히 굳게 된다. 50세 이전엔 남성이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이 훨씬 높지만 50세 이후엔 오히려 여성들에게서 심혈관계 질환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유방암과 치매도 갱년기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에 달려있을 정도로 갱년기 및 폐경기와 관련성이 높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갱년기 이후 생존기간은 전 생애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기간 동안 갱년기 증상을 적절하게 치료하느냐, 그대로 두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갱년기 징후를 개선하는데 꼭 필요한 치료가 호르몬치료이다. 외국의 경우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의 위험, 심혈관 질환,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우리나라 폐경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간의 조사에서 호르몬 사용에 따른 유방암 발생빈도가 그렇지 않는 여성들보다 높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초기에 적극적인 호르몬 치료는 심혈관 질환과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줄이며 대장암의 예방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윤성도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