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전면 실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외국인노동자를 국내인과 같이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된 분위기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일부 지적되지만 고용허가제는 노동부 인력풀을 통해 공급과 수요가 이루어져 과거 불법 취업으로 인한 갖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사그라졌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성서공단에 위치한 알루미늄 새시 생산업체 경희테크. 이곳엔 필리핀인 등 11명의 이방인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 중 올해 외국인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은 인도네시아인, 중국 동포 등 모두 4명. 3D 업종이라 국내인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회사에 보배와도 같은 존재다.
회사 관계자들은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 장점이 많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3년 만기가 다 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도피할 염려가 사라졌다는 것. 이재춘 부장은 "산업연수생이 있을 당시는 출국 한 달여를 남겨두고 한국에 계속 남으려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공항에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이렇게 도피를 해서 불법 취업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 이 부장의 설명.
하지만 외국인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만기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기를 원할 경우 그들이 출국하기 전 노동부에 재취업 신청만 하면 한 달 후 다시 채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부장은 "현재 이곳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던 필리핀인들은 계속 이곳에 다니고 싶어한다."며 "이럴 경우 숙련된 노동자를 계속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구인 활동을 다시 펼쳐야 하고 막상 채용하고도 일을 가르쳐야 하는 낭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 부장은 "임금 부문에서 약간의 추가 상승이 있지만 기존 산업연수생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3명이 근무하는 서대구공단의 성광도금. 이곳은 항상 인력난에 허덕이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을 뽑았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인들의 생산 능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종필 과장은 "1년이 다 돼도 한국말을 잘 몰라 언어 소통에 애를 먹고 학습력도 좀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직 주위에 불법 외국인 체류자들을 채용하는 곳이 더러 있는데 이는 경험이 있어 언어 소통이 잘 되고 생산성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
최철락 한국산업공단 대구지역본부 사업지원팀장은 "고용허가제에서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해 근로자 의사에 따라 사업장을 옮길 수 있어 과거와 같이 불법 취업 등의 폐단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노동부의 관리 하에 올해 10만 5천 명 정도의 외국인 인력이 DB화되어 있기 때문에 업체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구하기 수월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최 팀장은 "보통 외국 인력 채용이 2, 3개월 정도 걸리는데 간혹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을 안 하거나 일이 생겼을 때 제때 인력 수급이 안 된다고 토로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앞으로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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