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목 영천시장이 대법원의 원심 확정판결로 당선무효가 되면서 영천은 민선시장 전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오명을 갖게 됐다.
◆민선시장 전원 중도낙마=이날 손 시장의 시장 직위 상실로 영천시는 3명의 시장이 전부 선거법 위반과 뇌물 등으로 중도 하차했고, 지난 1995년 민선 실시 이후 기수로는 '4기'에 지나지 않지만 '7대' 시장을 뽑는 재선거를 치르는 초유의 자치단체가 됐다.
영천시장의 불명예 퇴진 악연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민선 1기 시장에 당선된 정재균 시장은 초대 임기 3년을 마치고 1998년 임기 4년의 민선 2기, 2대 시장으로 취임했으나 업자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2000년 6월 30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2000년 10월 27일 3대 영천시장에 오른 박진규 시장은 정 전 시장의 잔여임기를 마친 뒤 2002년 7월 1일 민선 3기, 4대 시장에 올랐으나 2005년 3월 24일 대법원에서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천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중도하차했다.
2005년 5대 시장에 오른 손 시장도 박 전 시장의 잔여임기 1년을 채운 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민선 4기, 6대 시장에 당선됐으나 결국 악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취임 1년 만에 전임 시장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판결 두고 해석 엇갈려=손 시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손 시장의 경우 재산신고 누락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법해석이 적용됐다."면서 "영천 이미지를 위해서도 완화된 법적용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손 시장의 도덕성을 성토해온 단체 관계자는 "이 참에 영천을 대표할 차기 지도자는 도덕성이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격에 휩싸인 영천지역=대법원 판결 이후 공무원과 시민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공무원들은 시청 내에서 삼삼오오 모여 "전임 시장의 잇단 낙마로 타 시·군에 비해 영천의 발전이 10년가량 뒤처졌는데, 또다시 공백사태를 맞게 됐다."며 "하이브리드 부품혁신센터 및 165만㎡ 지방산업단지 유치 등과 경북도청 유치, 내년도 도민체전 개최 등 큼지막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이 같은 현안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완산시장 길손식당 강경분(48·여) 씨는 "타 지방에 가서 영천에서 왔다고 하면 눈길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골 깊은 씨족다툼이 원인?=영천시장의 잇단 중도하차는 씨족싸움과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감정의 골이 치유되지 못한 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초대 정재균(오천 정씨) 시장과 박진규(밀양 박씨) 시장은 2기 민선시장 선거에서 격돌해 정 시장이 승리했지만 절치부심하던 박 시장은 정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기도 전에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씨족 간에 골이 깊어진 케이스.
또 박 시장과 손이목 시장도 같은 유형으로 박 시장이 뇌물수수 등으로 재판 계류 중에 손 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해 감정의 골이 패였다.
이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손이목 시장과 격돌한 이태곤(영천 이씨) 전 영천시 의회사무국장은 박진규 전 시장과 친사돈 간이며, 손 시장과는 공무원 동기였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퇴직 전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이날 확정판결 직후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이재웅 부시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시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오는 12월 19일 대선과 같이 치르는 재선거 때까지 공무원의 중립 등 철저한 공직 기강을 당부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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