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분양시장, 장기 휴업 들어가나?

올 상반기 아파트 공급 작년의 2/5 '얼어붙은 부동산'

대구 분양 시장이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공급 과잉 등으로 지난해 이후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 급기야 여름철인 7·8월 두 달 동안 분양 시장에서 신규 공급 물량이 사라진 것.

지역 주택업계에서는 "여름철이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IMF 이후 7·8월 동안 공급이 끊기기는 처음"이라며 "외환 위기는 외부적 환경에 따라 수요가 감소했지만 지금은 지역 건설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따라 신규 공급 물량이 끊어진 만큼 업계가 겪는 위기감은 더욱 클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끊어진 수요자, 장이 서지 않는다

올 들어 6월까지 대구 지역에서 신규로 공급된 아파트는 재건축 조합원 물량을 빼고 4천450가구. 지난해 같은 기간 대구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가 1만 1천 가구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5년도 상반기 분양 가구수도 7천300가구에 이르며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04년 상반기가 4천300가구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는 7·8월과 비교하면 형편이 나은 편.

건설교통부 7월 분양 예정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분양 물량은 3만 8천500여 가구에 이르지만 대구 지역은 1개 단지 112가구에 불과하다. 1개 단지도 화성이 분양 예정인 수성구 두산동 재건축 아파트로 화성 측은 분양 시기가 9월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이 주택 경기가 모두 고사 직전이라고 하지만 타 광역시는 분양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

7월 분양 단지 중 수도권을 뺀 물량은 1만 5천 가구로 이중 부산이 1천900여 가구, 울산이 4천200가구, 광주가 1천590가구며 대전이 350가구로 가장 적은 규모다.

◆주택 시장에 닥친 트리플 악재

지역 건설사들은 7월뿐 아니라 8월도 분양 예정 단지가 거의 없어 휴업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 분양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 원인은 주택 시장을 누르고 있는 트리플 악재 탓이다.

분양 대행사 리코의 전형길 대표는 "주택 거래 자체를 극도로 위축시킨 정부의 각종 규제책에 2, 3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공급과잉, 그리고 실수요자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양가 고공행진 등이 주택 경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미 올 상반기부터 이러한 악재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건설사들은 분양 실적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올 상반기 지역에서 분양한 일부 단지는 계약률은 물론 청약률 자체도 10%를 밑도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신일 부도 이후 주택 시장 분위기에 닥친 한파의 강도는 '예상'을 넘는다는 것이 주택 업계 내부의 평가.

건설사 한 간부는 "모델하우스 문을 열어봤자 경품 받으러 오는 주변 주민을 빼고 실수요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당초 올 여름 분양 예정 단지가 많았지만 아무런 대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신규 공급 물량이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고 했다.

또 타 대도시에 비해 많은 1만 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도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올 여름이 지난 뒤 주택 시장은

일단 업계에서는 올 여름철이 최악의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9월 이후에도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갖는 '심리적 위축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때문.

한라주택의 최원근 상무는 "9월부터는 대선 정국에 들어가게 되며 이때가 되면 주자들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각종 부동산 공약을 내걸게 될 것"이라며 "악화된 시장 상황 탓에 잠재된 대기 수요 물량도 많은 만큼 가을철 이후에는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호전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가지만 이미 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영 택지 분양가격이 만만치 않고 민간 택지 공급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일반인들에게 인지되고 있어 '수요자'가 늘 것이란 분석이다.

일단 가을철 분양 물량은 최소한 5천 가구는 넘어설 전망이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회피 물량이 많아 여름철이 지나면 분양 단지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소극적인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평형별이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 계약률이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다시 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주거 지역 용적률이 하향 조정된데다 분양 가격까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서 내년 이후 분양을 목표로 한 신규 택지 개발이 끊어졌다"며 "내년도 이후에는 공영 택지를 빼고 도심 지내 분양은 일부 재건축 단지 등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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