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수마가 할퀸 나의 신혼 보금자리

17년 전, 당시 경기도 고양시에서 육군 상사로 근무하던 나는 늦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식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찜통 같은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간단한 피로연을 끝내고 신혼여행지인 제주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지만 폭우로 인해 모든 노선이 결항되었다. 하는 수 없이 경주로 가기로 하고 경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가는 길에도 폭우는 계속되었다. 하는 수 없이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고향집인 대구로 향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뉴스를 통해 '한강 제방 붕괴! 경기 북부지역 침수!'라는 자막과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내 근무지를 보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즉시 부대복귀.

아내를 대구에 남겨둔 채 부대로 복귀한 나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현장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의 신혼 보금자리도 사라지고 없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에 불볕 더위에도 복구작업을 계속하였고 결국 우리 부부는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또 장마를 예고하고 있다. 모두들 홍수 피해가 없도록 사전에 만반의 점검과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완룡(대구시 남구 대명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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