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예담, 김아타, 2007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 혹, 시집인가? … 오호! 벌써 제목부터 낄낄대며 볼 책이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란 시집이 있었다. 아 그 책, 누군가 빌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 하는 난데없는 생각, 같은 작가? 음… 아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껍데기들이 온상처럼 번지는 시대에 껍데기 얘기를 해보자. 쨀쪽한 판형과 하드커버 외장이다. 제목이 다소 무거워 보인다. 은박의 별색으로 서툰 듯한 캘리그라피(손글씨)가 슬쩍 무거움을 희석시켜 주나 이내 눈은 긴장해야 한다.
책커버의 8할을 감은 '띠지'위의 사진(더 뮤지엄 프로젝트)이 심상치 않다. 해안도로를 낀 먼 바다 끝의 생경한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아스팔트도로 위는 커다랗고 투명한 아크릴박스 두 개가 놓여있다. 그 속에는 각각 벌거벗고 웅크린 한 사람이 누워있고 고양이가 인간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책표지의 사진은 서로의 '존재'에 의심을 하거나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야 한다.
"ON-AIR프로젝트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영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연의 섭리와의 아이러니다. 빨리 움직이면 빨리 사라지고 천천히 움직이면 천천히 사라진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영원한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라짐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사라지지 않으면 존재란 말 자체의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ON-AIR의 개념인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는 것은 존재에 대한 지독한 역설이다."
지금이 가벼운 시대라고 한다. 철학적 열량이 많은 미술이나 문학은 피곤하다. 해서, 그런 작품을 집에 걸지 않고 읽지 않는다. 그러니 '기타 등등'의 예술도 어쩌고저쩌고하는 까닭에서 예외가 못된다. 무겁거나 칙칙하면 곧 흥행에 실패한다. 하지만 그게 꼭 그럴까? 그렇지 않다. 이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쯤에서 저자가 궁금해진다. 시인인지, 철학자인지, 사상가인지, 아님 환쟁이 인지, 아티스트다. 지난해 사진으로 세계 예술의 심장부 뉴욕을 날려버린 '김아타'다. 이 책은 작가가 자연에 대한 이치와 섭리를 잠언과 시적 상상력으로 옮겼다. 그러나 여백이 더 많은 철학서이며 또한, 아트 북이다.
권기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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