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학교 옥상 물장난 친구들 보고싶어

올 여름도 어김없이 긴 장마가 시작되었다. 하루이틀이면 잠깐 더위를 식혀주겠지만, 며칠씩 계속되면 칙칙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학창시절의 비 온 날을 돌이켜보며 혼자 웃음 지어본다.

유난히 운동장이 작았던 우리 학교는 점심식사 후면 옥상에서 모여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 비 오는 날, 우연히 올라갔다가 친구들과 물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 삼아 옥상에 고인 물을 손에 모아 상대방에게 보내다가 발로 하니 더 신이 나서 급기야는 교복 치마 젖을세라 허벅지까지 올려 움켜잡고는 맨발로 열심히 물을 튕겨 보냈다. 오후 수업시간에는 속옷까지 다 젖어 체육복이 없는 날은 엉거주춤하니 의자에 편히 앉지도 못했다. 며칠이 지나 옆반과 단체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랴!! 교내를 둘러보시던 교장선생님께서 이 광경을 보신 것이다. 말만한 여학생들이 허벅지 다 드러내 놓고 맨발로 뭐 하는 짓이냐고 교내는 난리가 났다. 급기야 담임선생님의 부르심에 이어 우리들은 교장실에까지 불려갔다. 그 중에서도 반에서 실장이라는 내가 아이들을 선동했다고 2시간 꿇어앉아 있다가 반성문까지 제출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별로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40여 년 전의 시대에는 문제아로 보였을 것이리라. 엄하시고 예절교육에 투철하셨던 교장선생님께서는 더욱 그러셨겠지. 그때 물 장난치던 순자, 을분, 옥경이, 일련이….

모두모두 보고 싶다. 잘들 있겠지.

여종희(대구시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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