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밤새 내린 폭우로 집 하단부 잠겨

눅눅한 대기와 함께 찾아온 여름 장마철, 집 안팎을 돌며 부실한 곳을 손보자니 어쩔 수 없이 아찔했던 7년 전의 장마가 생각난다.

결혼 전 그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서울에서 경북 성주로 이사한 지 3년쯤 되던 해였다.

조그마한 땅을 사서 집도 2층으로 아담하게 신축하고 새로운 생활 환경에 모든 식구들이 약간은 지쳐있었는데 부모님은 3년 내내 새로이 시작하신 식당 일까지 해내시려니 더 힘에 부치실 것 같아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3남매가 돈을 모아 부곡 하와이로 여행을 보내드리게 됐다.

부모님은 오랜만의 외출에다 며칠간 푹 쉬시다 오라는 우리말을 밑천 삼아 마음도 몸도 무척 들떠 계셨고 우리 3남매도 부모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장맛비는 계속 지루하게 내리다가 저녁이 되자 천둥 번개를 동반하고 무섭게 쏟아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무사히 여행을 즐기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 남매는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땅'이 없어졌다. 하천 부지를 모래, 바위로 돋워 지은 집이어서 밤새 내린 폭우에 집 하단부가 쓸려 내려간 것이다. 꼭 오즈의 마법사에서 집이 돌풍에 뜯겨 날아다니던 도로시네 집처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었다. 다행히 건축업자가 튼튼한 기초 공사를 한 덕분인지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5일을 예정으로 떠나신 부모님을 호출하고 이곳저곳 도와줄 곳을 물색하고 집을 보수하고 반 이상 기울어진 집 내부공사를 끝마치는데 그해 장마가 다 지나갔다. 보수한 후에도 장마철이 되면 친정 집은 작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부모님이 철저하게 대비하시고 준비하셔서 큰 불상사는 없이 지나고 있다.

지금도 그 집에서 살고 계시는 부모님과 결혼한 오빠 내외가 너무 걱정될 때는 내가 새 집을 지어 이사를 시켜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장마철 뒤로 변변히 둘만의 데이트도 못 하신 부모님을 위해 이번 장마철에는 또다시 여행을 계획해볼까 한다.

유정연(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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