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정수장. 이곳은 하루 20만t의 물을 생산하는 '수돗물 공장'이다. 탁한 낙동강 원수가 침사지와 혼화지, 모래여과지 등을 통과하면서 서서히 맑고 투명한 물로 변하는 모습은 신기하다. 두류정수장에서 만들어진 수돗물은 두류산 위에 있는 배수지에 저장된 뒤 가정집으로 배달된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이다. 하지만 수돗물은 한마디로 찬밥 신세다. 샤워는 수돗물로 하지만 식수로는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수돗물 대신 값비싼 생수와 정수기 물을 마시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ℓ에 0.45원에 불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수돗물 가격은 1t당 450.62원으로 1ℓ로 환산하면 0.45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생수의 1ℓ당 가격은 295원이다. 생수와 수돗물의 가격차가 이처럼 크게 나는 이유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최근 시민 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10.7%에 불과했다.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공급과정 노후배관'을 꼽은 비율이 47.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금속, 유해화합물 우려'가 23.7%, '상수원 오염'이 13.1% 등으로 나타났다.
몸에 해로운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염소의 잔류 성분 때문에 수돗물에 냄새가 난다는 점도 수돗물을 꺼리게 한다. 이에 대해 염소냄새가 나는 것은 오히려 수돗물이 세균에 대해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상수도사업본부는 반박한다.
▶4℃일 때 물맛 최고
수돗물 맛을 떨어뜨리는 또다른 요인은 물의 온도다. 물맛이 가장 좋은 온도 수준은 4℃인데 수돗물의 온도는 10~20℃ 수준이다. 대구시내에서도 구·군마다 수돗물의 온도 차이가 발생한다. 댐과 강의 수원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운문댐과 낙동강의 6월 평균 수온은 10℃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달서구 지역 주민은 동구 지역 주민보다 수돗물이 더 밍밍하고 맛없는 물로 여긴다.
하지만 수돗물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시면 소독약 냄새를 없앨 수 있고 생수 못지 않게 맛있는 물이 된다고 한다. 김동길 상수도사업본부 지방환경연구사는 "수돗물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시면 생수처럼 시원하고 맛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상수도관 불신 커
물의 끈끈한 정도를 나타내는 경도도 맛의 차이를 나타낸다. 운문댐 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고산정수장은 평균 경도가 30㎎/ℓ이지만 낙동강이 원수인 두류정수장의 경도는 83㎎/ℓ이다. 학계에서는 경도가 30~70㎎/ℓ이면 물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때문에 운문댐물과 낙동강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지역마다 물맛이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수돗물 불신 요인으로 낡은 상수도관과 공동주택의 물탱크, 옥내 급수관의 부실한 관리 문제가 꼽힌다. 상수원 문제나 염소 잔류 성분, 물 온도 등이 막연한 불신감인 반면 낡은 수도관 문제는 보다 구체적인 것이다. 노후 상수도관 등으로 인해 생겨난 녹물을 본다면 선뜻 수돗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수도관의 노후화로 인한 녹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전세계의 공통적인 사항이다.
▶병입수돗물 무료공급
대구시는 수돗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가정에 '2006년도 수돗물 품질보고서'를 발송했고 최근엔 대구 수돗물의 이름을 '달구벌 맑은 물'로 정했다.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수장의 수돗물 생산 현장을 견학하는 체험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2002년부터 두류정수장에서 병입수돗물을 생산, 유관단체 등에 무료로 공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시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신의 벽은 워낙 높아 이른 시간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시민들은 수돗물보다는 수돗물 행정에 대한 불신이 더 깊다."면서 "노후된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한편 수돗물 관련 사고가 났을 경우 즉각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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