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정책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이 손쉽게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복지 시스템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재택 간병 서비스회사인 '암스트롱 인 홈 케어(Armstrong In-Home Care)'를 이끌고 있는 김예자(미국명 리아 암스트롱·65·여) 씨. 그녀는 1994년 직원 2명으로 간병서비스 회사를 설립해 13년 만에 11개 지사, 직원 수만 3천 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2005년 말 현재 미국 워싱턴주에서 소수민족이 소유한 회사 중 가장 큰 회사로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노스웨스트 아시안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동양계 미국인 기업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 씨가 재택 간병 서비스에 눈을 돌린 건 우연이 아니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여고를 졸업,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부터 적십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사회 사업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졌다는 것. 미국에서도 봉사활동은 이어져 1961년부터 1975년까지 14년 동안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시 빈민구제식량배급소와 타코마 양로원 등 사회봉사 기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미국에 건너온 소수민족들이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 모습이 가슴 아팠어요. 푸드뱅크에 거의 매일 들러 음식을 얻어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했죠.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정부의 보조금 지원 규정에 맞지 않아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죠."
사회 사업에 관한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1991년부터 3년간 워싱턴주 사회복지 자문위원, 피어스 카운티 자선단체의 배분위원과 기획위원을 맡기도 했다. 한국인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학교, 베트남 난민이나 재미교포 2, 3세 등을 위한 한글학교를 열기도 했다. 지난 1996년부터는 라스코 장학재단(LASCO Foundation)을 설립, 미혼모나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간 저소득층 주민들의 자녀 30여 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씨는 "미국에서 양로원은 기피대상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병원이나 요양원에 있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간병인과 간호사가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게 됐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노인들의 불만도 크다는 것. "노인들의 96%가 집에서 머물며 치료를 받고 싶어해요. 병원은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고 양로원은 너무 외롭고 적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양로원 등 노인요양시설을 짓는 것보다 집에서 간병인이 돌보도록 하면 관련 예산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 씨는 20년간 쌓아온 재택 간병 서비스의 노하우를 지역에 전파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더군요. 모국을 위해 무언가 공헌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해지고요.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던 간병인 시스템을 한국 실정에 맞게 접목할 수 있도록 고향인 대구에서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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