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제국(帝國)의 경쟁력

로마제국의 멸망은 후세 역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천 수백 년 전 한 국가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놓고 아직까지 그 원인 분석에 몰두하고 있으니 로마제국은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훌륭한 他山之石(타산지석)이자 反面敎師(반면교사)인 역사적 유산도 없을 것이다.

멸망 원인을 대충 정리해보면, 먼저 전통 로마종교를 받드는 사람은 로마인들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로마 신들을 버리고 기독교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410년 게르만족의 침입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로마 제국의 도덕적 타락, 전제 군주정의 폐해, 무기력한 군사력, 동서 로마의 분열, 재정 궁핍, 노예제도의 한계성 등 그 원인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최근에는 대지주의 세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망했다는 '공룡설'과 로마는 멸망했지만 '영원한 로마'는 없어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도 유럽인들의 向(향)로마 성향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고 색다르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이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이렇게 주장한다.

"기원전 146년 카르타고의 멸망과 비교해 보면 로마는 얼마나 어이없는 종말인가. 로마는 카르타고보다 두 배나 긴 세월, 그리고 카르타고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깊고 큰 영향을 주었지만 '위대한 순간'은 갖지 못했다. 불타기는 했다. 하지만 화염으로 불탄 것은 아니었다. 멸망하기는 했다. 하지만 처절한 아비규환과 함께 멸망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위대한 순간'도 없이 그렇게 스러져갔다."(제15권 '로마세계의 종언'에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로마제국의 전철에서 교훈을 얻어라'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로마 멸망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즉 어떤 기업이든지 전성기 때 안일함이 쌓이면 내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발생하고, 여기에다 외부 위협이 더해지면 쇠락의 길을 걷는다며 로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멸망했다고 주장한 것.

로마제국의 멸망을 경쟁력 결핍과 결부시킨 점이 이채롭다. 귀담아들어야 할 有備無患(유비무환)의 교훈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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