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고래잡이가 잇따라 말썽이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울진 후포 앞바다에서 2m짜리 긴부리고래를 잡은 3명이 적발됐고, 5월에는 울산 방어진 선적 어선을 동원한 7명이 같은 혐의로 붙잡혔다. 6월 1일에는 영덕 강구항 북동 해상에서 작살을 사용해 7.1m짜리 밍크고래를 잡던 사람이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그 후 열흘 사이엔 3명이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3일에는 대보 앞바다에서 6m짜리 밍크고래를 잡아 입항하던 2명이, 26일에는 구룡포 앞바다에서 고래 고기를 운반하던 선원 2명이 체포됐다. 지난 13일엔 감포 동쪽 바다에서 작살이 꽂힌 고래가 구조된 일도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자주 듣지 못하던 소식들이다.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된 후 20여 년 만에 불법 포획이 본격적으로 횡행하는 징조가 아닌가 싶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고래(돌고래 포함)는 동해 292마리 등 모두 586마리이지만 확인된 불법 포획은 12마리에 그쳤고 그 전해에는 9마리였다. 그 사이 고래 개체수가 증가한데다 어업 수입이 줄어든 어민들이 '바다의 로또'라는 고래의 유혹에 빠진 결과일 터이다.
이렇게 마냥 느슨히 대처하고 있다간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악명이 붙게 될까봐 두렵다. 베트남 여성 국제결혼 플래카드가 불러들인 불명예가 연상될 정도이다. 이미 지난달 9일엔 "한국 어부들이 고의로 고래를 잡는다"는 미국 논문이 발표돼 벌써부터 말썽을 부르기도 했다. 한국 어부들은 2003년까지 5년간 458마리의 밍크고래를 잡은 것으로 당국에 신고했지만 사실은 2배 가까운 수가 포획됐으며 고의가 많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12일자에도 한 연구팀이 같은 기간에 실제로 잡힌 밍크고래는 827마리라는 추계를 내놨다. 한국에서 고래 한 마리에 10만 달러까지 거래된다며 "일종의 상업적 포경 형태가 아닌가 의심된다"고까지 했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임이 확실해 보인다. 경주 양남에서 울진 죽변까지 269㎞에 이르는 경북 동해안과 그 앞바다를 전부 관할하는 포항해양경찰서에 경비정이 겨우 14척밖에 없을 정도라는 해경의 부족한 단속력 또한 재고 대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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