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선에 20여명이 출마하겠다는 汎與

범 여권에서 올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 뜻을 밝힌 인사가 20명을 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상의 없이 선관위에 예비등록한 생소한 사람들까지 꼽으면 현재 23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출마의 본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인물들이다. 어느 정도 지명도는 갖췄는지 몰라도 과연 '국가지도자 감'인가 싶은 면면들이 너도나도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예전 여권에서 볼 수 없던 진풍경이다.

범여의 난립 현상은 뚜렷한 유력 주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하고 있다. 선두라는 손학규씨가 고작 5~6%대이고 정동영'이해찬'한명숙 세 사람은 1~2%에서 헤매고 있다. 이른바 '빅4'조차 도토리 키재기다. 이런 상황이니 지지율 자체가 잡히지 않는 인사들까지 대선 출마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열린우리당 출마 선언만도 벌써 6명이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선은 생각도 않는다던 말을 뒤집는가 하면 한솥밥 동지애는 간 곳 없고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꼭히 대통령에 뜻이 있다기보다 이 판에서 한몫 챙기려는 한탕주의 선언도 적지않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 40세 이상이면 누구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정국을 차기 총선 운동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얄팍한 속셈이 판치고, 분별 없는 출마 선언이 사태를 이루는 것은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는 행태다. 함량미달의 대거 출마가 가져올 정치 희화화와 정치적 불신을 생각해 보았는가. 범여라는 이름이 무색한 무책임한 대선 놀음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자체적인 정리가 있을 것이란 것을 모르지 않는다. 오픈프라이머리의 흥행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쓴웃음 짓게 하는 출마 사태는 범여 진영의 격을 스스로 갉아먹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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