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이 닥쳐오면서 각 지방정부들이 대선 공약거리 제시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완료됐다는 대구시청의 20조 원 규모(영남권 공동 과제 포함) 요구 사업 밑그림 그리기와 같은 일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광역 외에 기초지자체들이 독자적으로 나서는 경우까지 있다고 했다. 대선을 지역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욕의 표출이니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그 부작용이다. 대선 후보 진영들이 표 얻기에만 매몰돼 실현 가능성은 물론 실행 타당성조차 무시한 채 수많은 지역의 요구들을 마구잡이 받아들이는 인기영합주의가 출현할까 걱정되는 것이다. 성취 가능성이 어떻든 간에 공약거리를 한껏 부풀려 제시함으로써 일단 해당 지역민의 이목부터 즐겁게 하고 보자는 지방정부 지도부의 포퓰리즘 심리 작동 가능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두 손바닥이 마주쳐진다면 집권세력은 "그냥 한번 해 본 약속"이라며 공약을 흘려버리는데도 지방정부는 "발전 전략을 공약에 편입시켜 놨으니 앞으로 잘 되고 못되고는 중앙 권력에 달렸을 뿐"이라며 발이나 빼는, 지역 발전 견인력의 공백 상태가 닥치지 말라는 법도 없을 터이다.
대선 공약거리를 제시하는 쪽이나 수용하는 쪽 모두에게 요구되는 절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천성을 무시한 채 양측이 정치적 의도 아래 공약거리를 '거래'한다면 결국엔 해당 지역민들만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민선 지자체 장은 꼭 실천시킬 수 있는 사업만 엄선해 공약거리로 제시하겠다는 각오를, 대선 후보 진영은 차라리 선거에서 지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을 속이는 일은 않겠다는 각오로 공약거리를 엄선하는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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