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방 강촌마을 육교 '애물단지'로 전락

주민들 "너무 높고 길다" 이용 외면 무단 횡단하기 일쑤

▲ 대구 동구 방촌동 우방강촌마을 아파트 앞 왕복 10차로에 놓인 육교가 이곳 주민들에게 애물단지로 여겨지고 있다. 목요시장이 열린 날 많은 주민들이 무단 횡단을 하고 있다.
▲ 대구 동구 방촌동 우방강촌마을 아파트 앞 왕복 10차로에 놓인 육교가 이곳 주민들에게 애물단지로 여겨지고 있다. 목요시장이 열린 날 많은 주민들이 무단 횡단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 우방강촌마을 아파트 앞 도로. 왕복 10차로인 이곳에는 4.5m 높이에 길이가 50m 정도인 대형 육교가 놓여 있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학생, 유모차나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가지고 나온 주민, 할머니 등이 보였다. 아파트 부근에서 목요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장보러 나온 주민들 수십 명이 무더기로 무단 횡단을 하는 실정이다. 인근 지구대에서 붙인 '무단횡단을 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 주민 이민자(44·여) 씨는 "육교가 있어서 그런지 횡단보도가 없어 장을 보거나 짐을 가진 주민들은 대부분 무단 횡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에게는 이곳에서 절대 무단 횡단을 하지 마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솔직히 워낙 불편해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이철남(68) 씨는 "법을 어기는 짓이지만 어쩔 수 없다."며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해 횡단보도를 놓아주든지 엘리베이터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방강촌마을 앞 육교가 이곳 주민들에게 애물단지로 여겨지고 있다. 1998년 시속 80km가 제한속도인 왕복 10차로 위로 육교가 놓였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 주민들은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지만 육교가 너무 높고 길어서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각종 민원에 시달린 동구청은 2002년 대구시 교통규제심의를 통해 횡단보도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미 육교가 있다'는 이유로 묵살당했고, 2005년에는 주민 855명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제기했지만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서 또 부결됐다. 급기야 동구청은 '횡단보도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육교 한쪽 계단을 철거해 엘리베이터라도 설치하자.'며 대구시에 육교 철거 및 엘리베이터 설치비용 5억 원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보류됐다는 것. 방촌동사무소에 따르면 육교 이용 대상 주민은 동(洞) 전체 2만 4천 명 중 화랑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밀집지역에 살고 있는 1만 명에 이른다.

허진구 대구 동구의회(지저·동촌·방촌동) 의원은 "주민들이 육교가 설치된 후 지난 10년간 줄곧 횡단보도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육교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묵살당했다."며 "자칫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대구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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