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지인에 점령당한 대구 인근 농촌 요즘은…

10명 중 6명은 임차농민…무단 대리경작 불법이지만 적발은 빙산의 일각

▲ 대구 인근 시·군 농지는 외지인들이 싹쓸이한 지 오래다. 사진은 외지인 소유비율이 높은 청도군 화양읍 유동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대구 인근 시·군 농지는 외지인들이 싹쓸이한 지 오래다. 사진은 외지인 소유비율이 높은 청도군 화양읍 유동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외지인이 농지를 점령하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농민들은 외지인들에게 농지를 내주고, 그들의 땅을 빌려 농사 짓는 '신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있다.

■농민 60%가 임차농

경산시 자인면에서 2만㎡(6천여 평)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김모(68) 씨. 그러나 경작지의 70%는 대구사람 소유다. 660㎡(1마지기)당 쌀 64Kg을(4말) 주고 대리 경작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부재지주가 농사를 짓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싼 임대료를 주고 주민들이 대신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외지인의 농지 소유가 많아지면서 농민 10명 중 6명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차농가 비율은 62.5%이고, 전체 농지 중 임차농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43%에 이른다.

투기붐으로 농지가격이 상승해 농민은 '신소작농'으로 변하고 있다. 칠곡군 동명면의 한 농민은 "대규모 영농을 하고 싶지만 10년 전 ㎡당 9천90원 하던 논이 50만 원으로까지 올라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경작자들에게 주어지는 '쌀소득보전직불금' 등 정부 지원금을 소유주들이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농민들은 지주와의 마찰을 우려해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무늬만 농민?

농지법상 96년 이후 매매된 농지는 농지은행을 통하지 않고 대리경작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해 경북지역에서 무단 임대하거나 휴경, 위탁 경영 등 자체 영농을 하지 않아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은 사례가 832건에 154만 4천589㎡이나 된다. 지난 2003년 41건(9만 9천336㎡)이던 위반 건수는 2004년 30건(14만 2천229㎡), 2005년 143건(32만 6천896㎡)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부재지주의 농지이용 여부에 대한 당국 조사가 매년 이뤄져 적발건수가 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경작자와 소유자가 담합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적발된 위반자의 직업별 분포는 회사원 560명, 자영업 104명, 공무원 4명, 기타 164명이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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