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개 시·군 농지 소유 알아보니…

고령 성산면 4분의 1 외지인 소유

"요즘 한풀 꺾였지만…."

대구 인근 농지에 대한 외지인들의 사들이기 붐이 거세게 몰아친 때는 2004년부터 2006년 초까지였다. 당시 외지인들이 몰려다니며 농업 진흥지역(절대농지), 비진흥지역(상대농지)을 가리지 않고 마구 사들였다. 정부의 8·31 조치로 매매가 뜸해졌지만 1996년 이후 대구 인근 전체농지의 5분의 1은 외지인의 손에 이미 넘어간 뒤였다.

기획탐사팀은 1996년부터 최근 12년간 대구와 인접한 경산·영천시, 고령·청도·칠곡군 등 5개 시·군에서 1천㎡ 이상 규모 농지의 매매 및 소유 현황을 살펴봤다.

■대구와 가까울수록 부재지주 많아

"농사 지으려고 땅 사는 외지인은 거의 없어요. 열에 한둘 될까요. 그것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주민들에게 맡기고 말지요."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농지를 사는 것은 투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구와 인접한 농지는 향후 개발혜택의 확률이 커지는데, 실제 분석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과 맞붙은 고령군 성산면의 경우 1996년 이후 전체 농지의 25.7%가 외지인 소유가 됐다. 달성군의 개발계획 등으로 외지인들이 인접한 고령지역에 투자, 대토(代土) 등을 했기 때문이다.

달성군과 맞붙은 청도군 각북면은 외지인 소유비율이 21%로 군내 9개 읍면 중 가장 높았다. 칠곡군 동명·가산면의 외지인 소유비율은 20% 안팎이었다.

경산시와 영천시의 경우 면(面)단위 지역보다는 시내 동(洞)단위 지역에서 외지인 소유비율이 더 높아 각각 26%와 21.6%였다.

경산시 농정과 김인택 씨는 "지난 96년 농지 취득시 20㎞ 통작(通作)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대구 사람들이 목좋은 농지를 상당부분 차지했다."고 했다.

반면에 같은 시군 내에서도 대구와 멀수록 외지인 소유비율은 낮았다. 경산시 용성면의 경우 10.9%이고 영천시 자양면 13.9%, 고령군 우곡면 17.9%, 청도군 운문면 10.9%, 칠곡군 약목면은 9.2%였다.

■논보다는 밭 선호

지목별로는 논보다는 밭의 외지인 소유비율이 높았다. 5개 시·군의 외지인 소유농지 8만 9천559필지 중 밭이 5만 218필지로 전체의 56.1%를 차지했다. 논은 2만 9천905필지(33.4%), 과수원은 9천436필지(10.5%)였다.

밭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비진흥 지역에 많이 분포한 데다 논보다는 경작이 쉽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부재지주들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밭에 나무를 많이 심고 있다."며 "관리가 쉬운 매실나무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외지인들의 투자가 비진흥지역에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흥지역에도 몰리고 있다.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의 경우 비진흥지역의 외지인 소유비율은 22.1%로 나타나 진흥지역 17.2%와 큰 차이가 없었다. 청도군 화양읍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비진흥지역 내의 경지정리가 안 된 농지가 최대 투자처였는데 부동산 붐과 함께 지역 전체에 대한 개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진흥·비진흥지역을 가리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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