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근처에서 최근 경비행기 추락 참사가 있었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이 많아 안타까움이 더했던 사건이다. 이는 원가보다 싼 우리나라 여행사들의 관광가격 경쟁이 원인이라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캄보디아의 지식 인프라 부족인 듯하다.
필자는 4년 전쯤 자원봉사 관계로 사고가 난 지역 근처를 지나간 적이 있어 신문을 읽다 말고 그때를 회상하게 되었다. 캄보디아는 참으로 열악한 곳이었다. 밀림과 열대기후만으로도 우리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수도인 프놈펜을 중심으로 시아누크빌로 향하는 도로와 베트남 쪽으로 이어진 도로가 유일하게 이 나라를 관통하는 도로였는데, 이 길은 프놈펜을 조금만 벗어나도 구멍이 마구잡이로 뚫린 도로와 비포장 도로가 번갈아 나타났다. 우기에 하루 한 번씩 쏟아지는 스콜로 인해 비포장도로는 금방 물길이 생겼다.
프놈펜을 20㎞만 벗어나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인근 나라들 중에서도 메콩강이 가장 길게 흐른다는 캄보디아에는 수력발전소 하나 없었던 것이다. 지식기반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한 크메르루즈 대학살 시절 지식인을 모두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프놈펜국립의대 총장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그는 여든이 가까운 노인이었다. 외국어라고는 어린 시절에 배운 프랑스어밖에 못했고 그것도 의사표현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랑스의 캄보디아 통치 시기에 익힌 프랑스어 실력이라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너무 의외의 결과였다.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그 혹독한 시절을 넘겨나기 위해서는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외국어로 비명이라도 지르면 지식인으로 판명되어 총살을 당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농촌에서 농사나 짓던 내가 대학총장이라니!"라는 푸념이었다. 캄보디아 지식사회의 실상이었다.
필자가 겪은 바로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지식이었다. 사람들이 근면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지식기반만 제대로 갖추면 캄보디아인들은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크로와트를 비롯한 유적이 즐비한 캄보디아는 국가 수입 중 관광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더 안전한 관광으로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라도 지식 인프라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항로이탈과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한 비행의 결과인 이번의 참사는 관광 인프라 이전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백찬욱 영남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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