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동명면의 '일광영농조합'. 시금치, 깻잎, 부추 등 각종 채소류를 대형소매점에 납품해왔던 조합은 3년 전까지만해도 비닐과 끈을 이용, '원시적 포장'을 거친 뒤 물건을 내놨다. 품질은 좋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이 조합의 채소류는 '그저 그런'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이 조합은 '그린세상'이라는 브랜드를 도입, 포장을 바꿨다. 그 후 꼭 3년. 이 조합은 3년 전에 비해 매출이 3배나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90억 원. 브랜드와 디자인에 눈뜨기 전에는 매출이 연간 32억 원에 머물렀었다.
이달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상의 옆에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완공되는 가운데 중소업체가 절대다수인 지역업계도 이제 '디자인 까막눈'을 벗어나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면 몇 배의 부가가치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기업을 살린다
일광영농조합의 '변화'를 보면 디자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합에 '디자인이 자리를 잡기전' 종업원은 15명.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업원이 50명으로 불었다. 35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셈.
165㎡ 임대공장은 3천960㎡ 자가공장으로 탈바꿈했고, 당기순이익은 2003년 1억 2천200만 원에서 지난해 말 3억 2천100만 원으로 3배나 뛰었다. 눈에 확 띄는 브랜드와 포장 덕분에 시장점유율이 10%에서 35%로 높아졌다.
이곳 하창락 부장은 "대구의 디자인·브랜드 개발전문업체인 ㈜아이디어그룹과 접촉, 브랜드를 만들고 포장에 디자인을 입혔더니 큰 변화가 일어났다."며 "당시 조그마한 영농조합에 디자인을 도입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일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의 성적표를 보면 결국 그때 판단이 옳았다."고 했다.
박순석 ㈜아이디어그룹 대표는 "현재 국내 밥솥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쿠쿠홈시스는 LG전자에 압력밥솥을 주문자상표생산방식으로 납품하던 중소기업에 불과했지만 '기술력이 생존방법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자체브랜드를 개발, 거꾸로 대기업을 눌러버렸다."며 "중소기업의 고유브랜드 및 디자인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쿠쿠밥솥이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생산설비 등의 유형고정자산은 도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브랜드와 디자인, 기업이미지 등은 개발 이후 자산가치가 날로 늘어나는 만큼(그래프 참조) 디자인·브랜드 투자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결실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만능 스타
LCD TV를 만드는 구미의 (주)인디텍. 이곳은 지난해 '101.6㎝ TV 큐티'를 개발하면서 대구의 디자인전문업체인 '엔에스디자인'과 협력했다.
처음 이 회사가 생각했던 모델은 TV 밑에 받침대(스텐드)가 있는 모델. 그러나 해외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인디텍은 이 모델로는 수출할 때 물류비가 더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받침대 때문에 TV의 부피가 커졌고, 결국 선적할 때 물류비가 더 들어야 했다.
SOS를 받은 엔에스디자인이 TV의 디자인을 바꿨다. 받침대를 없애고 본체의 디자인을 변형(그림 참조), 받침대 없이도 TV가 설 수 있게 만들었다.
받침대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선적을 할 때 더 많이 실을 수 있게 돼 물류비가 떨어진 것은 물론, 일체형TV로 만들어지면서 조립할 때 원가도 줄었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더 커지게 됐고, 인디텍은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70억 원어치를 팔았다.
엔에스디자인 박흥식 실장은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눈도 사로잡지만, 생산자에게도 원가절감이라는 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며 "그 때문에 디자인의 힘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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