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남해상으로 물러났다가 북상하면서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대구기상대는 가장 바쁜 곳의 하나이다. 장맛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햇볕이 쨍쨍했던 12일, 김기락(56) 대구기상대장을 만났다. 동구 신암동에 있는 대구기상대는 대구는 물론 구미, 김천, 청도, 칠곡, 성주 등 경북 남부 내륙지역의 기상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이다.
"요즘 한창 바쁘시겠네요?" 그에겐 장마철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법한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기상대장은 그래도 덜 합니다. 기상 예보사들은 죽을 지경이죠. 언론사, 관련 행정기관의 자료 요청이나 문의가 쇄도하는 것은 물론 예보가 빗나갔다며 욕설부터 늘어놓는 전화도 자주 받습니다. 항의전화뿐만 아닙니다. 모월 모일 모시에 팔공산에 산행을 하려는데 비가 오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 낚시를 가려고 하는데 날씨가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답변을 하자면 목이 쉴 정도입니다."
날씨자동안내전화(131)를 통해 날씨 안내를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직접 기상대로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필요한 기상정보를 얻기를 원한다고 한다.
대구기상대는 다른 지역 기상대에선 겪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민원만족도 조사를 하면 대구가 항상 꼴찌다. 전라도 지역의 기상대는 평균 90점인데 반해 대구는 지금까지 70점을 넘겨 본 적이 없다.
"대구기상대가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만족도 조사를 하면 결과가 형편없습니다. 본청에서도 대구의 특수성으로 인정할 정도입니다. 저도 청송 출신의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이지만 대구 사람들은 남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1971년 기상청 공채직원으로 들어간 그는 현재 기상대 업무의 책임자로 있지만 95년까지 24년 동안 예보 업무를 맡아왔다. 오랜 예보사 생활로 인해 틈만 나면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보통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을 가지만 그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살펴본다.
쉽게 약속을 하지도 못한다. 날씨가 나빠지면 비상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날을 잡도록 하고 그날 날씨가 좋으면 참석한다. 지난 4월 황사 특보가 발령됐을 때는 3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무슨 징크스가 있는지 최근 들어 주말마다 궂은 날씨를 보여 주말 나들이를 해 본 기억이 감감하단다. 1년에 기상대에서 밤을 새는 날이 30, 40일이나 된다. 그래도 이런 가장을 가족들이 잘 이해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대구기상대의 숙원사업이 있다. 5년 전부터 제기된 지방기상청 승격과 이전문제. 전주와 청주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있어 기상청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과 협의하고 있는 상태이다. 기상대가 지방기상청으로 승격하면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한 기상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방청이 되면 예보과, 기상정보과가 신설되고, 예보사 등 전문 인력이 4배 정도 늘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보다 넓은 지역의 예보는 물론 좁은 지역의 예보도 충실해집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엔 '빗나간 예보'로 핀잔을 들을 때가 많은데, 국내 기상예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적중률은 84, 85% 수준입니다. 미국에서도 86, 87% 정도입니다. 미국에선 '비가 온다.'는 식의 예보를 하지 않고 비가 내릴 확률을 예보합니다. 그만큼 날씨를 단정적으로 예보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이번 장마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했다. "국내 전체적으론 이달 하순 전반까지 장마가 지속될 것입니다. 남부지방에서는 20~23일 사이 장마가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라고 해서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은 아니죠. 비가 그치는 날엔 무더울 것입니다. 최근 들어선 비가 내리는 날이 줄어든 대신 호우가 잦아 강우량은 증가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이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마 뒤에도 게릴라성 호우가 종종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 피해가 없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기상청은 슈퍼컴 2호기의 안정적인 운영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디지털예보의 시험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기상 선진국의 진입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이란 기상청의 캐치프레이즈에 걸 맞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언제 날씨 좋은 날 저녁 때 소주라도 한 잔 합시다."라며 배웅했다. 그 날이 언제일지 약속하지 못하고.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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