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화통 불나요" 김희호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김희호(46) 교수는 요즘 전화통에 불이 난다. 지난 2일 2007년도 문화관광부 우수 학술도서에 김 교수가 쓴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선정되면서 바빠진 것.

하지만 그는 "축하전화면 좋겠지만 대부분 항의전화여서 이젠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겁이 난다."고 했다. 1년간 국내에서 출간된 학술서적 가운데 엄선하는 우수 학술도서에 이례적으로 두 권씩이나 선정되는 경사를 맞은 김 교수에게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유는 이렇다. 그가 낸 책 '조선시대 노비와 토지 소유 방식'과 '조선의 화폐와 화폐량'에는 역사학자들이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대한 경제학자가 바라본 해답이 들어있기 때문. 결국 항의내용은 역사학계에서조차 풀지 못하고 있는 역사 속의 비중있는 주제를 전문가도 아닌 경제학자가 가벼운 터치로 다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 교수가 책을 내게 된 동기도 이 수수께끼에서부터 시작됐다. "1500년대 조선시대 노비의 수는 전체 인구의 40~50%를 차지했으나 이후 200년 동안 8%로 급감했어요. 그러나 1894년 갑오개혁 때 조선의 노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공인하고 있는 우리 역사학계는 300년이나 앞선 노비 해체 조짐에 대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지요."

김 교수는 이 현상을 경제논리로 접근했다. 그는 "17세기 후반 이후 화폐도입과 시장발달, 노동주체로서 노비의 자기성장, 지주의 임금노동자 선호 등으로 노비 수요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노비가 저절로 사라졌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문화부 우수 학술도서 단골 저자다. 2004년 자신이 생애 처음으로 집필한 책도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는 등 이번 두 권의 책까지, 책만 쓰면 모두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김 교수에게 우수 학술도서만 쓰는 비결을 물어봤다. "글쎄요. 우선 아이디어가 좋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이단아적인 독특함이랄까 하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역사학계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번에 우수도서로 선정된 것도 그 점을 심사위원들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또 "좋은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했다. "책은 쉬운 용어로 쉽게 써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쉽게 줄줄 읽을 수 있거든요. 아무리 잘 써도 아무도 읽지 않으면 빛이 바래지잖아요."

김 교수는 올 초부터 우수 학술도서 4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조선시대 상업사'라는 책을 올해 말쯤 퇴고한다."고 했다. "일제시대 이후 조선의 상업이 융성하기 시작했다는 식민지사관에 정면도전하고 싶어요. 실제로 조선 중기부터 상업자본이 형성돼 있었지요."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