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넘쳐나는 유사휘발유] (상)주유소와 경쟁 불법 시너업소

대구 車 6% 늘어도 휘발유 소비 27% 줄어

▲ 경북 김천의 한 대로변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주유소와 시너업소가 마치 경쟁을 하듯 나란히 영업 중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경북 김천의 한 대로변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주유소와 시너업소가 마치 경쟁을 하듯 나란히 영업 중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시너업소가 주유소보다 벌이가 훨씬 낫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불법 시너업소들이 동네마다 2, 3개씩 들어설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시너업소들은 단속에 아랑곳 않고 대로변이나 아파트 단지 앞까지 진출,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소는 향수, 소형 가전제품 등의 경품을 내걸거나 쿠폰을 주는 등 주유소 못지않은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비스로 고객을 잡아라?=8일 오전 2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시너업소 앞. 이 일대 거리는 깜깜했지만 업소앞 광고풍선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차량이 업소에 들어서자마자 20대 청년이 뛰어나와 손님을 맞았다.

기자가 "뭘 넣으면 좋으냐?"고 묻자 그는 음료수 2개를 건넨 후 시너 종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00%시너, 60%시너 두 종류가 있습니다. 100%시너는 연비가 좋지만 진동이 있고, 60%시너는 연비는 좀 떨어지지만 소음이 없어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그는 차량 주유구에 시너를 넣으면서 주유 계기판을 들여다보더니 "2통은 다 들어가지 않는데 남은 것은 보관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차 앞유리와 백미러를 닦아주고 쿠폰 1장과 녹차 캔을 또다시 건네줬다. "쿠폰 10장을 모으면 한통을 공짜로 넣어드립니다."

1년간 서구에서 시너업소를 운영해온 이모(35) 씨는 "업소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명함과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거나 여대생 도우미까지 쓰는 곳도 있다."고 했다.

▶대형주유소 부럽지 않다.

"요즘 대로변 빈터는 대부분 시너업소가 차지해요."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시너업소는 아파트 단지앞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경북 김천의 한 시너업소는 주유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고 있다. 구미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시너업소를 운영해온 A씨는 "대로변에 자리잡기 위해 500만 원의 프리미엄 주고 업소를 얻었다."며 "시너업소도 주유소처럼 입지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대구의 주유소 수는 430곳이지만 시너업소는 그보다 2배나 많은 900여곳 정도로 추정된다. 도명화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사무국장은 "시너 유통량이 전체 휘발유 유통량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다."며 "주유소의 수익구조를 악화시켜 폐업이 느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 1ℓ당 이윤이 70원에 불과하지만 시너업소는 1ℓ당 이윤이 200원이나 된다. 주유소 관계자는 "일반 주유소는 한 달에 휘발유 350드럼을 팔면 560만 원 정도 남는데 반해 시너업소는 같은 양을 팔 경우 1천600만 원을 남기는 셈"이라고 했다.

시너업소들이 난립하는 이유는 적발되더라도 100만~200만 원의 벌금만 물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에다 몇천만 원 정도의 적은 자본으로도 큰 수익을 낼수 있기 때문. 이달말부터 유사휘발유 사용자까지 처벌되는 강화된 법이 시행돼 업소 수가 줄 것으로 보이지만 휘발유 값이 워낙 비싼 현실에서 실효성은 미지수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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