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산 학살 진실 규명, 화해 밑거름되게

한국전쟁 와중에서 민간인이 3천500여 명이나 학살'매장됐다는 '경산 코발트 광산' 유해 발굴 작업이 어제 시작됐다. 1950년 참사가 벌어진 지 57년 만에, 2000년 1월 현지에서 수백 점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낸 지 7년 만에, 그리고 재작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해 준비 활동을 펴 온 지 1년 반 만에, 사상 최초의 정부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발굴 작업(전국 4건) 하나가 시작된 것이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60년 6월 국회에 양민 학살 진상 조사위가 구성돼 관련 활동을 시도하고도 결실에 실패했던 역사가 증명하듯 이 일은 어렵고 어려운 과제였다. 그 지난함을 이기고 드디어 여기까지 오게 할 수 있었던 우리의 역량 성숙이 무엇보다 대견하다. 그에 힘입어 이제나마 수십 년 맺힌 한을 풀고 그 참혹했던 시절을 정리할 기회를 만들었으니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그 진실을 밝히고 아픔을 함께하는 화해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나선 길이기도 하다.

경산 사건은 전국 대표적인 양민 피해 사례이고 그런 만큼 매장지 규모가 방대해 발굴에 3년이나 걸릴 것이라고 한다. 결코 짧지 않고 결코 수월하지도 않을 듯한 그 과정이 기대하는 대로 잘 진행되길 기원한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엔 경북에만도 10곳 이상 있다는 다른 피해 지구들에 대한 조사로 발굴 범위가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벌써 흘려보낸 시간만도 60년을 바라보게 된 그 참담했던 시절의 아픔을 온 국민이 더불어 품어 안음으로써 유가족들의 맺힌 한을 녹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 화합과 반성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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