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장맛비가 내려 밖에 잘 나갈 수가 없구나. 이럴 때에는 옛날 이야기가 최고이지.
옛날 어느 곳에 성품은 착했으나 배운 것이 없어서 늘 아내의 덕으로 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단다.
아내는 어느 높은 벼슬아치 집에서 바느질을 해주며 알뜰히 저축을 한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모았대. 아내는 마음씨가 넓어서 놀기만 하는 남편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장차 크게 될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단다.
어느 날 아내는 돈 백 냥을 내놓으면서 말했대.
"이 돈을 쓰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좀 배워 오도록 하셔요."
그러나 그는 한 푼도 못 쓰고 돌아왔단다.
"배도 고프지 않고 쓸 데도 없어서……."
"그럼 거지한테라도 주지 그랬어요."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이튿날부터 거지들에게 돈을 훌훌 뿌려 주었대. 그러다가 하루는 '이럴 것이 아니라 글을 잘하는 선비들과 한번 사귀어 보자.' 하면서 가난한 선비를 보면 식량과 학비를 대어 주었단다. 글공부도 함께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돈 천 냥을 내어놓으면서 말했어.
"올해는 대추가 흉년인데 충청도 지방만은 풍년이라니 거기 가서 대추를 돈대로 사오셔요."
그러나 막상 충청도에 가보니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었어. 그는 대추 살 돈을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맨손으로 돌아왔단다.
그러자 아내는 또 돈 천 냥을 주며 말했대.
"황해도에 목화(木花)가 풍년이라니 가서 사 가지고 오셔요."
그는 황해도에서도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맨손으로 돌아왔어.
그래도 아내는 또 천 냥을 내어 주며 말했어.
"이제 남은 재산은 이것뿐입니다. 옷을 사 가지고 함경도로 가서 팔아오셔요. 이번만은 꼭 성공하셔야 합니다."
그런데도 옷이 없어 떨고 있는 사람을 보자 그만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냥 한 벌씩 나누어주고 말았대.
"아,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아내의 많은 재산을 다 써 버렸으니 무슨 면목(面目)으로 돌아가랴? 차라리 맹수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깊은 산으로 들어갔대. 그러다가 한 오막살이에 이르렀는데 한 노파가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러자 그는 이번에도 자기의 웃옷을 벗어 그 노파의 등에 덮어주고 말았어.
"고맙소. 젊은이! 나는 줄 것이 없으니 이 도라지 말린 것이라도 좀 가져가게나."
그런데 그것은 도라지가 아니라 산삼(山蔘)을 말린 것이었어.
"이렇게 비싼 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괜찮아. 우리 집 뒷밭에 이런 것은 얼마든지 있어."
그래서 남편은 산삼 말린 것을 한 짐 가득 얻어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걸 모두 팔자 만 냥도 넘었어. 그런데 이 돈도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말았어. 이 소문이 퍼지자 나라에서는 큰상을 내렸단다.
마침내 이 남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대.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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