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중국의 대구' 우시를 다녀와서

얼마전 중국 남동부 장쑤성의 우시(無錫)시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산업화가 한창인 중국에서는 '작은 상해'로 불리는 도시다. 특히 지난 5월 한국의 하이닉스가 대규모 공장을 지어 진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우시 방문은 삼성전자 협력사인 세신전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세신전자는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등 통신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다. 국내에는 구미와 김천, 정읍, 화성에, 국외에도 멕시코 1, 2공장, 중국, 태국 등에 자사 공장이 있다. 세신의 우시 진출은 삼성전자의 중국 진출에 맞춰 이뤄졌다. 우시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한 2003년에 진출했으니 한국기업으로는 대기업인 LG와 함께 가장 먼저 이곳에 진출한 기업이다. 이후 한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세신은 국제학교까지 지어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세신은 뒷전이 돼 버렸다. 당장 도착 첫날부터 예전에 중국을 방문했던 때와 달랐다. 상해 '푸동'공항에서 평소같으면 1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던 우시공단까지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주말저녁이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교통체증의 원인이 늘어나는 물류와 신규도로 건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중국의 빠른 변화가 피부로 느껴졌다.

우시공단의 현황은 더했다. 나에게 조차 생소했던 이 도시에 전세계 500대 기업의 300개가 들어와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기가 막혔다. 게다가 대규모 국가공단급으로 변모한 우시신구공단이 단 5, 6년 만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는 소리를 들었을때는 '세계의 굴뚝' 중국의 현주소가 실감이 났다.

세신에서 제공한 미니버스로 돌아본 공단은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고속국도를 나와 공단안의 세신까지 들어가는데 만도 30분이 넘었고 숙소인 시내까지도 그만치의 시간이 걸렸다. 공단의 조경은 평소 한국 공단만 봐왔던 내게 더욱 생소했다. 널찍한 4~6차로 왕복도로 양측 조경 수준은 골프장을 방불케했다. 이 모든게 기업유치를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틀간의 일정에 불과했지만 이번 우시 방문은 대구언론사 기자인 나에게 만만찮은 소회를 남겼다. 우시는 원래 경제규모면에서 중국의 6, 7대 도시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공업이 발달해 도시의 경제력은 중국의 어느도시 못지않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발빠른 변신을 통해 중국 IT산업을 이끄는 중심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당연히 섬유산업의 중심으로 한국의 3대도시로 통하던 대구의 현주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시에는 현재 한국의 IT기업인 하이닉스, LS산전(LG후신)과 소니, 파나소닉, 샤프, 코닥 등 유명기업이 대거 진출해있다. 당초 기업유치를 위해 중국 정부가 3년감세, 3년면세 등 6년간의 세제혜택을 줬다고 한다. 기반시설을 중국 정부가 손수 해준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재는 우시의 기업유치 전략도 바뀌었다. 기업이라고 다 받아주지를 않는다. 백준현 세신전자 중국공장 총경리는 "요즘은 중국 발전에 저해되는 사업은 아예 받아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섬유에서 첨단산업유치로 대도약을 꿈꾸는 대구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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