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SA투데이지에서 최근 25년간 사라져간 25가지를 발표했다. 그 중 '세상의 교양'이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도 참 교양 없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과거에도 교양 없는 사람들이야 많았다. 처음 교직에 나설 때 학교법인 이사장 자택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오전 10시 신규 채용 교사를 면접할 법인 이사장은 잠옷 차림으로 나왔다. 나중에 그 이사장은 결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법인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들었지만, 그런 교양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교양 없음의 정도가 심해졌다. 사회적으로 부와 권세,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벌 그룹 회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하고, 최고 지성인인 대학 총장은 남의 논문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도 시정에서 쓰는 막말을 진솔한 표현인양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소시민 사회에서 '교양 없는 일'을 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른 사회의 이런 모습들을 우리 학생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교양'이 사라졌다. 그래도 교원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춘 모습을 보여주는 학교는 그래도 낫고, 그렇지 못한 학교 학생들은 훨씬 더 교양 없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제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어떤 일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지 않고 유리·불리, 이익·불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제 몸이 피곤해지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휴지·쓰레기는 아무데나 버린다. 교장 선생님이 순회하시며 그걸 주우면, 보고 있던 학생이 '선생님 여기도 있는데요.'라고 한단다. 먹을 것을 입에 넣은 채 수업에 참여한다. 교사의 지도에 대해 맥락은 잘라먹고 '불편한 부분'만 확대 재생산한다. 불손한 태도를 보이거나 불량한 언어를 쓰는 일도 허다하다.
이렇게 된 원인이야 어디 있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삶의 중심이 되는 가치도 빠르게 변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는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존경과 권위'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교양 있게 살아가는 인간을 모범적인 인간으로 보다가, 조금 '교양 없게' 살더라도 능력(?) 있는 인간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능력'이란 말이 참 묘하다. 교양 없는 시대의 능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 개념을 정립해 볼 일이다. 혹, 남을 잘 속이는 사람을 두고,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거나, 소신과 원칙을 버리고 시류의 흐름에 야합하는 사람을 두고 처세술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가르치지는 말아야겠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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