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원이 학교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 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시켜 학교가 재시험을 치르고 교육청이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경신중학교가 지난 2일 치른 1학년 기말고사 과학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돼 인근 한 학원 수강생들에게 배포됐다는 것. 학교 측은 "기말고사 다음날, 학원에서 내준 과학 프린트물이 시험 문항과 비슷하다는 학생, 학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30개 문항 중 절반 이상이 똑같았다."며 "학원장을 불러 추궁한 끝에 과학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학원장은 2005년 경신중에서 과학과 기간제 교사로 일한 친분을 이용해 자주 교내를 출입했으며, 지난 4월 과학 교사에게 "인터넷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경품을 주겠다."고 속여 해킹 프로그램이 숨겨진 설문조사 파일을 건넸다는 것. 이에 과학 교사는 교무실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에 이 파일을 설치했고, 학원장은 온라인을 통해 교사의 컴퓨터에 입력된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마음대로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장은 5일 학교 관계자들 앞에서 시험 문제 해킹 방식을 직접 보여줬으며 인터넷을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구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이 때문에 경신중 1학년생들은 7일 과학 시험을 다시 치렀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기말고사 과학 과목 평균(48점)이 너무 낮아 재시험을 치른다."며 문제 유출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교육청은 "학원장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며 "학교와 학원장을 대상으로 경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단속하지 못하고 해킹 프로그램까지 설치하게 한 학교 측의 안이함이 이 같은 사건을 불렀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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