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정불량 식품 신고절차 너무 복잡"

머리카락 한올 나온 오징어 들고 제조사 찾은 소비자

"머리카락 정도야 뭐… 할 수도 있겠지만, 인체에 쌓이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죠.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 좀 더 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500원 주고 산 오징어 가공식품에서 나온 머리카락 한 올 때문에 최근 2만, 3만 원의 교통비를 들여 제조업체가 있는 부산에까지 다녀온 김혜연(31·구미 도량동) 씨.

김 씨가 오징어 제품 한 봉지를 구입한 것은 지난달 말 구미 원평동의 한 소형마트. 봉지를 뜯어 오징어를 먹으려는 순간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가 난 김 씨는 곧장 부산에 있는 A제조회사에 전화 연락을 했으나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구미시청에 부정불량식품으로 신고하려 했으나 제조회사가 있는 관할 지자체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 구미시에 접수하면 그쪽 지자체로 통보만 해 준다는 답변에 결국 김 씨는 지난 4일 과자 봉지를 들고 부산 사상구청을 직접 찾았다.

제조회사 간부, 사상구청의 담당 공무원과 직접 대면한 김 씨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발생한 일인 것 같다. 현장 확인 후 행정처벌하겠다."는 답변과 사과의 말을 들었고, 그제서야 치밀었던 화를 약간이나마 삭일 수 있었다.

사상구청 담당자는 "김 씨가 불량식품을 신고하러 부산까지 왔지만 교통비는 규정이 없어 지급할 수 없다. 다만 투철한 시민정신과 고발정신은 높이 평가받을 것이며, 제조회사에 더욱 조심하는 계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부정불량식품 신고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보상이 약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긴 했지만 뭘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 이 제품은 청소년들이 즐기는 간식거리이고, 사람이 먹는 음식과 관련해선 어떠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는 생각과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 직장 일도 뒤로하고 부산을 직접 찾은 것"이라고 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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