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중에 비가 내리다가도 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곤 했어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랬죠. 누군가가 도와준 것이 아닐까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우리는 이제야 고통스럽지만 정면으로 바라볼 힘이 생겨난 것일까. 광주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대구 시사회를 가졌다. 이 영화에는 1980년 5월, 광주의 급박했던 10일이 담겨있다. 김지훈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진실은 이미 밝혀졌잖아요. 중요한 것은 점점 잊히고 있다는 거죠. 기억 속에서 화석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사건 자체의 재현보다는 '그때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에 중점을 뒀어요. 우리와 같이 사랑했고 숨쉬었고 동질감을 가졌던 그들이었으니까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만들어낸 당시 광주의 주역들은 아직도 대부분 살아있다. 이 사실은 감독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을 터. 다행히 영화를 본 관계자들은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 감성을 끌어냈다."고 호평을 했다.
그런데 그는 대구사람이다. 고등학교까지 대구에서 살았던 토박이. 처가와 본가 모두 대구에 있다. 대구 사람이 광주 영화를 만드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요. 타 지역 사람이 광주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불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에 사투리나 지역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것을 알아나가는 게 감독의 재미 아닐까요. 지금은 지역정서라는 것이 많이 엷어졌어요."
26일 영화 개봉을 앞둔 그는 요즘 어깨가 무겁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몰려와 한국영화시장이 잔뜩 움츠려있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화려한 휴가'에 '제2의 실미도'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화려하고 눈으로만 즐거운 영화는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한국영화죠. 제2의 실미도요? 영광이죠."
첫 영화를 만들 때 약속한 것이 있다. '대구는 분지다'라는 영화를 만들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공언을 한 적이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심이 많은데, 대구는 역사적 인물이 많은 도시예요. 전태일 열사도 사실은 대구 출신이거든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이 많으니까, 언젠가 대구 정서를 담은 영화도 만들 생각입니다."
최세정기자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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