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로스쿨 법안 통과가 끝이 아니다

지난 7월 3일 오후, '여야 로스쿨법 처리 합의'라는 긴급 뉴스가 나오자 성급한 축하전화가 몇 군데서 왔다. 내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이끌고 로스쿨법의 성안과 입법에 힘을 기울여 온 사실을 기억하는 분들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이번 회기에는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뒤집기 뉴스가 나왔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만일 이번에 또 미루어지면 여러 대학과 학생 그리고 수험생들의 낭패와 손실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

나의 이런 조바심과는 달리, 오후 11시가 넘고 30분이 지나도 고대하는 뉴스는 뜨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뉴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 회기가 끝나는 자정 3분 전에 로스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긴급 뉴스. 심야인데도 여기저기서 축하전화가 연달아 걸려왔다.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이로써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2년 동안 역동적으로 추진해온 사법개혁 작업은 대체로 마무리가 된 셈이다.

되돌아보건대, 사법개혁의 여러 과제 중에서도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재판제의 도입, 수사기관 조서 중심 재판의 폐단을 바로잡는 공판중심주의 확립 등이 유난히 힘들었다. 그렇지만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의 찬반양론이 뜨겁기로는 로스쿨법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 법안을 눈 흘겨보는 국회의 늑장부리기 또한 메달 감이었다.

10여 년 논란 끝의 '晩成(만성)'이라고 해서 꼭 '大器(대기)'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국회가 직권상정 처리라는 비상절차를 밟았는데도 별다른 비판이나 비난이 없는 것은 입법 내용을 평가하기 전에 우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로스쿨 입학 총 정원의 책정은 그동안 큰 관심사가 되어왔다. 그렇다고 로스쿨 논의가 이 문제에만 묶여 있다시피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법학계나 법조계에서도 입학정원 논의에만 매달리지 말고, 어떤 사람을 뽑아서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법학적성시험, 교육과정, 강의방식 등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 개발을 해서 정부와 학교 그리고 교수들이 서로의 숙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로스쿨에서는 지금의 법대(학부)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납득할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실무교육을 병행한다는 정도의 말은 정답이 되지 못한다. 학부 4년의 법학전공자와 비법학전공자를 어떻게 같은 수준에 놓고 강의를 할 수가 있을까.

이 점도 난제 중의 하나다. 물론, 지금 교육인적자원부 당국이나 각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챙기고 있겠지만, 로스쿨 교육의 본질문제에 맞닿아 있는 사안들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은 채 단지 입학 정원을 둘러싼 격론만 되풀이하는 것은 교육자나 법조인의 양식에 합당한 일이 아니다.

대학사회의 로스쿨 과열을 이해는 하면서도 그 정도와 행태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민주사회에서는 사법부를 포함한 법조계도 여러 직역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그 직분이 다소 중요시된다고 해서 로스쿨을 놓고 사생결단이라도 할 듯이 나서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본 정부는 로스쿨(법학대학원) 설립을 원하는 모든 대학에 인가를 내주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졸업생이 나온 작년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학교 측이나 수험생, 재학생 모두가 난감해졌다. 낙방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입학 정원 및 인가 학교 수의 적정 여부와 함수관계가 있다.

그것은 낙방생 개개인의 불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정책 실패의 탓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일본의 한 교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시행착오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승 헌(변호사·전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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