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의 창] 자연과 사람

예로부터 비가 올 징조를 파악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신경통이다. 환자가 평소 같지 않게 통증이 증가하면서 잠을 못이룬다든가, 개구리가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온다든가, 또는 제비가 낮게 난다든가 하면 비가 올 것을 예측하고 조상들은 거기에 농사일을 맞추곤했다.

'황제내경'에는 '사람 몸과 자연현상은 서로 대응해 변화한다.'는 말이 있다. 계절에 따른 기의 변화는 우리 몸과 관련하여, 병이 있는 경우 병세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침은 몸의 정기가 축적되어 생기발랄한 상태이고, 낮은 그 정기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이며, 오후에 점차로 쇠퇴하다가 밤이 되면 기가 쇠잔해지는데 하루중의 변화가 곧 사계절의 변화와 상응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신경통 환자가 날씨가 흐릴때 심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의학에서는 기후변화의 요소로 크게 여섯가지로 분류해 육기(六氣)로 설명하는데 이것이 병적으로 작용할 때 육음이라고 하며, 신경통은 육음중 '습(濕)'에 의한 작용이라고 한다. '습'이란 몸속에 있든 대기중에 있든 기혈순환을 억제하는 것이고, 신경통 환자는 원래 몸속에 습이 있어 기혈순환이 제대로 안되는 상태이므로 날씨가 흐려지면서 습기가 많아지면 대기중의 습기가 몸속의 습기와 결합해 기혈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증세가 심해지고 통증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사람의 몸이 자연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이 자연과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조건을 우리는 환경이라고 표현하지만,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입장에서 볼 때 서로 어우러진 상태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연과 삶이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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