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 29일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 일대 해안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특히 고성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곳이기도 하다. 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어린이들이 무척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고성 공룡 박물관'이다. 이곳 공룡 발자국 화석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양승영 전 경북대학교 교수다.
◇ 세상을 보는 과학자의 태도
대학에서 정년 퇴직했지만 양 교수는 여전히 현역 과학자다. 올해 4월까지 중앙문화재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도 대구경북 문화재 위원이다. 그는 과학자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과학은 과장되거나 왜곡돼서는 안되며, 과장되거나 왜곡될 바엔 차라리 알려지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불편하더라도 '아니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에서만큼은 'yes'와 'no'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 때문에 양 교수는 여러 차례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율스님이 목숨 건 단식으로 천성상 터널 공사를 막은 적이 있습니다. 터널을 뚫으면 도룡뇽이 모두 죽는다는 것이었지요. 그때 과학자들은 대부분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터널공사로 도룡뇽이 멸종할까요? 아마도 도룡뇽은 다른 장소로 옮아갈 것입니다. 만약 천성산에 터널을 뚫지 않고 산을 절개한다면 오히려 동물들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요즘도 흔히 '로드 킬'이 보도되지 않습니까? 이왕 길을 내야 한다면 절개보다는 터널 공사가 낫습니다. 과학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과학은 '예' '아니오'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양승영 교수는 지질학자다. 그 중에서도 고생물학자다. 또한 그는 개신교 신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녔고 세례를 받았다. 종교와 과학을 모두 잘 아는 사람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창조론입니까? 진화론입니까?'
양 교수는 일부 과학자들의 '창조론' 주장은 종교활동일 뿐이라고 했다. 진화론은 사실이며,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부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학설'에 한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 검증이 끝난 부분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성서의 기록을 현대과학으로 평가하면 잘못입니다. 또한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과학을 비판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양 교수는 '창세기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다. 그렇다고 거짓도 아니다. 이는 신화이며 신화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종교의 임무'라는 종교학자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 공룡을 파충류로 보면 됩니까?
우리나라에서 공룡화석은 영남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그 까닭을 물었다.
"공룡이 중생대 백악기 지질시대에 가장 많이 살았는데, 백악기 지층이 가장 넓게 분포하는 지역이 영남지방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백악기 지층이 분포하지만 규모가 작아 공룡화석이 존재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습니다."
흔히 말하듯 공룡을 파충류로 볼 수 있을까? 양 교수는 알을 낳고 털 없는 피부로 덮여 있었다는 점에서 파충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털 있는 공룡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했다.)
"행동양식이나 골격구조로 볼 때 현생 파충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생 파충류들이 대부분 냉혈동물로 대부분 시간을 그늘이나 물 속에 엎드려 지내다가 짧은 시간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움직일 때도 체중을 네 다리에 싣지 못하고 배를 땅에 댄 채 움직이지요. 그러나 공룡은 체중 전체를 다리에 싣고 움직일 뿐만 아니라 골격구조도 온혈성의 특징을 보입니다. 흔히 파충류라고 말하지만 현생 파충류와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 양승영 교수=1938년 경기도 양평 출생. 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서울 경신중고 및 수도여고 교사를 거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에서 30여 년 교수로 재직(2003년 정년 퇴직). 고생물과 지질학 등 관련 책 30여권을 썼다. 최근엔 '화석을 찾아 헤맨 나의 일생'과 '완산 문집'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냈다. 책에는 화석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필자의 성장과정과 생활, 학자로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