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약직 '차별시정제도' 실효성 있나

"업무 다를 때 어떻게 구분?"

붐비나백화점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는 계약직 사원 홍일점 씨는 이 회사 정규직 사원인 이예나 씨보다 성과급과 상여금 등 연간 1천300만 원을 덜 받았고, 위로연수도 보내주지 않는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구제신청을 냈다. 홍 씨는 "근무 시간과 근무지 업무가 같은 이예나보다 월 110만 원 정도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대표인 나 사장은 "이예나 씨는 판매업무뿐만 아니라 관리업무까지 맡고 있어 비교 가능한 업무가 아니다."며 "또 채용 과정과 학력 제한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임금 차이는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차별시정위원회는 양측의 화해를 주선했지만 "차별로 인정할 수 없어 화해할 이유가 없다."는 나 사장의 주장에 따라 무산됐다.

최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모의차별시정위원회'를 마련, 차별 시정 신청에 관한 예행연습을 했다. 이 모의차별시정회의는 가장 빈번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공익위원들은 '실질적인 차별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까지 차별적 처우를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차별 유무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만 동의한 채 끝을 맺었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대해 차별시정제도가 적용된 가운데 비교 가능한 근로자의 범위나 임금·복리후생의 차별을 어느 정도까지 합리적이라고 인정해 줄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별 여부를 가늠할 핵심 사항이지만 개별 근로자마다 조건이 다른데다 비교 대상이 있는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

노동부가 내놓은 차별시정 제도 안내서에 따르면 동일 사업장 내에서 동종 업무에 차별임을 가릴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차별신청을 할 수 없다. 또 ▷4대보험 가입 ▷연장·휴일·야간근무에 대한 법정 가산수당 지급 ▷법정연차휴가 부여 ▷성과급 등은 차별시정 대상이 안 된다. 차별시정 신청은 근로자 본인만 가능하고 차별 시정 결정을 받더라도 본인에게만 국한되며 같은 처지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차별 시정 제도의 실효성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모의차별시정위원회에서 나타난 것처럼 차별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공동규범이 모호해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조용식 노무사는 "판단의 기준이 될 사례가 전혀 없다 보니 작은 차별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시행착오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차별시정 대상과 비교 대상을 너무 좁게 규정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최성택 교육선전부장은 "소속 사업장의 동종 업무 정규직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은데다 차별 시정 결정을 받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 소송이 계속될 경우 버틸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북지노위 관계자는 "비교 대상 근로자의 유무나 차별의 합리성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보호해 줄 수는 없지만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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